HAM.

먹는 햄이 아니다.

무선통신을 통해 미지의 사람들과 만날수 있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에는 따뜻한 사랑과 도움을 전하는 아마추어무선통신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무전기와 단둘이 있지만 무선통신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만날수
있어 외롭지 않은 사람들.

동부상호신용금고의 "동부HAM동우회"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빈틈없는 금융업.

금융계 종사자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듯 하지만 동부금고의
햄동호회원들은 무선통신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동부금고에 햄동호회가 생긴 것은 지난 94년초.

회사등반대회에 무전기가 등장하면서 젊은 직원들 사이에 햄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만해도 사내에서 햄으로 활동중인 사람은 남주하과장 한명뿐이었고
관심있는 직원들도 옹기종기 모여 장난스럽게 무전기를 만져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남주하과장을 중심으로 젊은 직원 15명이 의기투합해 햄동호인
모임을 만든 것이 오늘날 동부햄동우회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취미활동치고는 상당한 전문지식과 자격이 필요한게 햄이다.

무선통신에 대한 지식과 독특한 윤리의식이 있어야 하고 햄활동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회원들이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업무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과
씨름하기를 3주일.

라이선스시험에 응시자 15명중 14명이 합격해 서로의 열의를 확인한
회원들은 햄활동에 필요한 통신장비와 개인용 핸디무전기를 구입해 마침내
지난 94년 11월 "동부햄동우회"를 정식으로 발족시켰다.

이후 동호인이 급속히 늘어나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여직원
6명을 비롯 총 29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에서 18명의 회원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고 비회원인 대표이사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나이는 20대부터 30대까지가 주류를 이루고 직급도 다양하지만 햄활동중에는
이러한 연령과 직위를 초월한 친구가 된다.

이러한 급성장을 바탕으로 전국의 햄동호인들과 활발한 정보교환과 친목
도모를 하고 있으며 사내의 각종 행사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
동부금고 최고의 사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일부 회원들은 지역사회의 햄동호회에 가입해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
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경기북부지역에 엄청난 홍수피해가 발생했던
지난해 여름.

몇몇 회원들은 전화와 통신이 두절된 파주와 문산으로 직접 찾아가 지원
본부와 현장을 무선으로 연결, 응급환자와 수해주민을 돕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풍사고때에도 퇴근중에 자동차속에서 SOS를 받은 회원들이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무선지원을 하기도 했다.

동부햄동우회를 이끌고 있는 남주하과장은 "젊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햄동호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전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일반인의
저변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뜻밖의 SOS를 받고 무선지원을 통해
조난자나 응급환자를 구했을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전했다.

<정한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