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위기 극복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일부 기업의 임직원들이 급여를 회사에 반납했는가 하면 파업으로
멀어졌던 노사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회사 살리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노동법 관련 파업과 한보 부도,엔저 등으로 우리기업의 경영여건이
위기상황으로 치달으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현대자동차 임원들은 3일 전체 임원회의를 열어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솔선수범키로 하고 급여의 10%를 회사에 자진 반납키로 했다.

기아자동차도 이날 아산만공장에서 회사 모든 임원과 노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회의를 갖고 파업기간중 회사가입은 손실을 만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

현대자동차 임원들은 이날 급여의 10%를 반납키로 결의하면서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에도 모든 임원들이 앞장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한편 부득이
해외여행에 나설 때는 호텔과 비행기 좌석의 등급을 한등급씩 하향
조정키로 하는등 버블경기 때 한껏 부풀어 올랐던 임원들에 대한
처우기준을 스스로 한단계씩 내려 적용받기로 했다.

한 임원은 "회사가 직원들의 월급도 제때 못주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임원들이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임원들 스스로 모든 부문에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앞장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임원들이 급여 10% 반납을 결의하자 현대그룹 타계열사
임원들은 물론 간부사원들도 이 결의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운동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는 김선홍회장 김영귀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이 참석한
경영회의를 아산만공장 크레도스생산현장에서 열고 이 회의에 노조간부들을
참석시켰다.

기아 노사는 이날 현장업무보고회에서 회사가 파업기간중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노사가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아 노조원들은 휴일이던 지난 2일에도 모두 현장에 나와 땀을
흘렸으며 생산차질이 만회될 때까지 휴무일에도 가능한한 생산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도 무분규 임금동결 격주휴무반납을
결의했으며 임원들과 관리직사원들도 노조의 결의에 곧 화답한다는
계획이다.

삼양그룹 계열 삼양중기는 최근 파업으로 바이어들이 이탈 현상을
보이자 사장과 노조위원장 공동명의로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문 물량은
제때 공급하겠다"는 확인서를 해외 모든 바이어들에게 보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바이어들이 이 확인서를 보고 앞으로 주문 물량이
있으면 삼양중기를 제1순위로 고려하겠다는 응답을 보내오고 있어 노사
화합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로 창업 50주년을 맞는 현대그룹과 LG그룹은 어려운
국내경제상황을 감안, 당초 계획해 놓았던 체육대회 음악연주회 등
대규모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으며 조촐한 기념식만을 갖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경기 침체와 대외경쟁력 약화로 국내 모든
기업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 다행스럽다"며 "이같은 노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불황탈출에
기폭제 역할을 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