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문제보다 인간의 본질,사람과의 관계등에 초점을 뒀습니다"

"초록물고기"로 신고식을 치르는 이창동 감독(43).

그는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한국일보문학상(93년)을 받은 소설가다.

글솜씨 못지 않게 꼼꼼하고 힘있는 연출솜씨로 충무로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는 "운이 좋았죠"라고 겸손해했다.

"오래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프랑스유학을 준비하다 친구인 박광수
감독의 권유로 "그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를 쓰고 조감독으로 참여했죠"

그는 "대학 졸업뒤 연극 연출과 연기수업을 받은 경험이 큰 보탬이
됐다"며 "늙은 신인으로서 부담이 컸지만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힌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신도시로 바뀐 일산은 한국사회의 급변을 상징하는 곳이고
영등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재래식 도심, 혹은 유흥가의 표본이죠.

이곳에서 꿈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영상기교를 줄이고 액션신도 사실성을
높이려 애썼다"고 덧붙였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