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태와 각박한 업무속에서도 마음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세상은 결코 외롭지 않다.

우리 직장에도 그런 따스한 만남이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웅변동호회".

우리는 88년 15명의 인원으로 출발했다.

모임의 가장 큰 활동목표는 친목.

대화란 상대방과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무조건 큰
목소리보다는 진실이 담긴 마음을 더 중시한다.

현재 정회원은 20명이지만 준회원까지 합하면 그 수는 50여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글쓰는 능력은 조리있는 언변에서 나온다"며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중고생 자녀와 함께 참석하는 회원도 있어 매번 모임은 최소
50명을 넘어선다.

순수 아마추어로 시작한 우리들이지만 웅변실력은 이제 프로급에
도달했다.

경기도 도지사기대회와 효원기대회 등 지역대회 우승기는 맡아놓고
따오는 중이다.

회원인 여사원 한사람은 퇴사후 웅변지도자로 변신하기도.

물론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면 늘 한결같이 회사내 동호인실에 모인다.

이 시간 이 방을 지나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하면 하나요."하는
낭랑한 음성훈련소리를 들을수 있다.

이런 훈련을 거친 우리 회원들은 모두 즐겁고 활기차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분명하고 자신감 넘치게 일하는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웅변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이어서 별도의 레포츠가 필요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푸르른 대자연과 맑은 공기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봄과 가을이면 정기산행도 한다.

땀흘리며 산을 오르는 즐거움은 정상에서 야외 음성 테스트행사를
할때 더욱 커진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이 행사의 상은 대개 숙달된 회원들 보다는 함께 온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고사리손을 쥐었다폈다 하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으로 무한한 기쁨을
주는 이들에게 당연한 보답일 것이다.

리더 백순기 과장 (삼성전자 정보기기연구실)을 구심점으로 한 우리
회원들의 높은 결집력은 직장을 떠나서도 모임만은 계속 찾는다는 데서
느낄수 있다.

삼성영상사업단 음반사업부의 정연흥 과장, 평택정밀 총무과장
홍대한씨은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늘 찾아오는 열성회원.

필자 또한 삼성전자 동호인 모임 연합회인 "성전회"의 부회장으로서
"다른 클럽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열심히 우리 모임을 PR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