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가 뜬다.

19세기후반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느릿느릿 끊어질듯 하다가 절도
있게 휘감아 도는 매력적인 춤곡 탱고가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탱고음악회가 열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장의 탱고음반이 앞다퉈 빛을 봤다.

느닷없이(?).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느닷없는 일은 아니다.

그 뒤에는 "복고풍의 부활"이라는 문화계의 큰 흐름이 버티고 있다.

패션에서 50~60년대 헵번풍과 재키룩의 인기, 고전 흑백영화의 재등장및
리바이벌등 문화 전반에 걸친 "옛것 되살리기" 바람이 19세기의 춤 탱고를
불러온 것이다.

탱고의 재등장이 던져주는 또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경계의 무너짐.

도시하층민의 가난 절망 비탄이 낳은 애환의 음악 탱고가 당당히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의 현과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녹아나오고 있다.

탄생 100년이 지나 2,000년을 눈앞에 둔 오늘에 되살아난 탱고는 "지금의
세대는 힙합의 격렬한 외침과 함께 낭만적인 무도곡의 리듬도 필요로 한다"
고 조용히 노래한다.

96년 후반에 국내에 등장한 탱고음반은 총 5장.

모두 세계 5대 메이저 음반사의 상품이며 연주자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지휘자 다니엘 다렌보임,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기타리스트
괴란 쇨셔와 플루티스트 패트릭 갈르와등 클래식과 팝음악에서 최고를 자부
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이 음반들은 모두 클래식음반의 흥행성공 기준인 판매량 1만장을 훨씬
넘어 많게는 3만5,000장까지 팔려 나갔다.

국내의 탱고바람을 부추긴 일등공신은 광고와 영화.

95년말 (주)태평양의 립스틱광고 "헵번 브론즈"편이 포문을 열었다.

CF의 여왕 김지호가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성장하고 턱시도차림의
남자와 춤출 때 흘러나온 느릿한 탱고음악은 클로즈업된 보랏빛 입술과
함께 낭만적 분위기의 극치를 연출했다.

이후 속속 나온 영화들이 그 뒤를 받쳐줬다.

코믹 첩보영화 "트루 라이즈"와 노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여인의 향기"
의 무도회장면에는 동일한 탱고곡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veza)"가
흘러 나왔다.

올해 개봉된 국내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에서는 가출한 주부 심혜진이
밤무대가수로 변신,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탱고를 췄다.

제작 23년만에 우리 극장가에 선보인 문제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화려한 탱고춤을 추는 무도회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탱고는 심지어 홍콩영화에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TV로 방영된 "종횡사해"(주윤발 종초홍 주연)에도
탱고춤이 등장한다.

탱고의 유행은 광고와 영화의 합작품인 셈.

그렇다면 세계적인 탱고바람의 진원지는.

최근 우리나라에 상영된 "탱고영화"가 대부분 외화인 사실에서 드러나듯
미국과 유럽에서는 탱고가 친숙한 리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불을 당긴 것은 95년 아르헨티나정부가 탱고를 국보급 문화상품으로
지정한 것.

마침 문화계 전반을 풍미하는 복고풍에 아르헨티나 정부차원의 프로모션이
가세해 유럽에서는 탱고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내가 숨쉰 공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였고, 내가 쓴 언어는 스페인어였으며
내가 춤춘 리듬은 탱고였다"라고 고백한 아르헨티나출신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외에도 많은 성악가와 실내악단 오케스트라가 탱고를 연주했다.

가장 많은 음악회가 열린 곳은 베를린 뮌헨 빈 파리.독일언론이 "왜 갑자기
탱고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경위야 어쨌든 어두운 캬바레음악으로 알려져 있던 탱고는 이제 당당히
콘서트용 음악으로 복권됐다.

크로스오버음악 전문가인 워너뮤직 클래식부의 서동진차장은 "우리나라에는
"라 쿰파르시타" "블루 탱고"등 몇몇 곡만 알려져 있었으나 탱고음악의
본류는 훨씬 다양하다"며 "특히 탱고의 거장 카를로스 가르델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은 클래식 못지 않게 품위있고 현대음악이상으로 세련됐다"
며 들어보라고 권한다.

다음은 올해 후반 국내에서 발매된 탱고음반들이다.

<>기돈 크레머 "피아졸라 예찬" (워너뮤직)=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정통 탱고연주형태인 5인조악단(바이올린 기타 더블베이스 피아노 반도네온)
과 함께 연주한 음반.

2차대전후 탱고음악에 일대혁명을 일으틴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만을
모아 연주했다.

피아졸라는 프랑스에서 클래식음악을, 미국에서 재즈를 배워 고도로 세련된
리듬을 구사한 아르헨티나 작곡가.

<>다니엘 바렌보임 "나의 사랑 나의 탱고" (워너뮤직)=아르헨티나출신
지휘자 바렌보임이 피아노연주를 맡아 반도네온 더블베이스와 함께 3인조로
연주한 음반.

"내 사랑 부에노스 아이레스" "집시 탱고" "낮은 불꽃 위로"를 담았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탱고" (소니뮤직)=초콜릿같은 목소리의 팝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탱고음반.

"라 쿰파르시타" "엘 초클로"등의 고전과 함께 유연하고 세련된 세로운
탱고곡을 들을수 있다.

<>갈르와.쇨셔 "두사람을 위한 피아졸라" (폴리그램)=플루티스트 패트릭
갈르와와 기타리스트 괴란 쇨셔가 함께 연주한 피아졸라 곡 모음.

"카페 1930" "나이트클럽 1960"등 "탱고의 역사" 전곡을 담았다.

<>"탱고 프로젝트" (워너뮤직)=아코디언 피아노 바이올린 3인조가 연주한
대중적 탱고모음.

"라 쿰파르시타" "포르 우나 카베사"가 실려 있다.

<조정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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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19세기후반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4분의 2박자 춤곡.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부둣가와 홍등가에서 생겨났다.

외항선원들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져 제1차 세계대전 직전 파리와 런던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유럽의 악사들은 연민 비탄등 탱고 탄생당시의 어둡고 패배적인 요소를
희석시키고 낭만적이고 관능적인 부분만을 추출, 발전시켜 오늘날의 정열적
이고 여유있는 춤곡으로 변모시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