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국내기업이 미국 일본 유럽등지의 선진기업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몇안되는 품목중 하나다.

반도체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는 것은 이 품목이 대표적
첨단제품이라는 점에서 수출상품의 구조고도화라는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65억9,200만달러어치의 D램을 팔았다.

세계적인 반도체조사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 조사에 따르면 이는
세계시장의 15.6%에 해당하는 규모.

세계 반도체산업을 리드해온 일본의 NEC(46억달러)와 히타치(42억달러)가
모두 삼성의 발아래 있다.

지난 84년 64메가D램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에 발을 들여놓은지 불과
10여년만에 일궈낸 성과이다.

삼성전자가 64KD램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일본과는 4년의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격차는 256KD램 3년, 1메가D램 2년 등으로 점차 축소됐다.

4메가D램은 불과 6개월의 차이로 따라 붙었으며 드디어 16메가D램에선
동시개발시대로 들어섰다.

그후는 삼성의 독주.

일본에 앞서 64메가D램과 256메가D램을 개발했으며 올11월초엔 손톱만한
칩 한개에 신문지 8,000장이상의 정보를 저장할 수있어 "꿈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1기가D램 양산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일본등지의 경쟁업체에 비해 1~1년반 앞선 것이라고 삼성은
설명했다.

삼성의 D램분야 세계1위 부상은 특정분야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분야의 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반도체중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 기술을 축적했고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노하우를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도체는 초기시장에 참여해야만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수 있는
타이밍산업이어서 신제품의 조기개발은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거꾸로 말하면 기술개발에 뒤진 기업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미국 유럽과 동남아등 전자및 컴퓨터산업이 있는
곳엔 대부분 수출된다.

삼성전자는 이제 메모리중심에서 탈피, 마이크로프로세서(MPU)등
비메모리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품목다각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종합반도체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이와관련, 삼성은 인텔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PU분야에 진출,
최고속성능의 알파칩을 개발해 내년 2.4분기부터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MPU는 제어논리 명령어해석 산술처리등의 집적회로와 기억장치용 칩,
입출력 칩으로 구성되는 컴퓨터의 핵심기능을 하는 제품으로 두뇌칩으로
불리며 반도체중 가장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