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입동향은 수출증가율이 92년 이후 최저치라는 점 외에 통계상
몇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특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수출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10월말 수출통계를 토대로 올해 수출입동향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점검해
본다.

<> 월별 수출실적 감소세 기록

월간 수출실적은 지난 7월 전년동월대비 5.3% 감소한 이후 9월까지 3개월간
내리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월간 수출실적이 감소한 것은 93년 1월의 1.2% 감소 이후
43개월만의 일이다.

분기별로는 3.4분기중 7.3% 감소했는데 이는 92년 4.4분기에 1.2%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감소율은 85년 1.4분기의 8.2%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한편 수출경기의 선행지표인 신용장내도 증가율도 95년 12월 3.6%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올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에따라 올해 수출실적은 약 1,304억달러로 작년보다 4%정도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 수출단가하락

올 1~9월중 수출단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하락했다.

올해 수출물량 증가율이 16.4%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음에도
수출실적이 부진한 것도 이같은 수출단가의 하락이 주요인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단가가 48.4%나 폭락했고 철강제품과 유화제품의
수출단가도 각각 6.7%, 17.5%씩 떨어졌다.

반면 수입단가는 같은 기간중 0.7%의 소폭 하락에 그쳤고 수입물량은
11.0%의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같은 수출입단가의 변동이 무역수지에 미친 효과는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적자확대폭이 97억9,000만달러, 수입단가하락에 따른 적자축소폭이
7억7,000만달러로 결국 가격요인에 의해 적자폭이 89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 경쟁국은 수출호조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도 올들어 우리와 비슷한 수출침체를
겪었지만 최근에는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출이 8%의 감소세였다가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0월에는 23% 증가로 급격히 호전됐다.

대만과 싱가포르도 9월부터 각각 13%, 2%의 증가세로 돌아서 우리보다 빨리
수출이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수출규모에서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1위로 올라설 가능성은
희박해졌으며 오히려 싱가포르에 추월당해 13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 반도체 쇼크

1~10월중 반도체 수출은 15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2%나 격감
했다.

올 연말까지는 전년대비 20.8% 감소한 17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전망한 307억달러에 비해 무려 132억달러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편 대만 말레이시아 등 반도체 후발생산국들은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 1~8월중 미국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8.2%로 작년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만은 8.1%로 0.3%포인트 상승했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1.4%포인트 0.4%포인트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미국시장에서 대만 등 후발주자와의 시장확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수출부진속의 효자상품

전반적인 수출부진과 달리 호조를 보인 품목도 있다.

94년부터 부진에서 탈피한 컬러TV수출은 올해도 1~10월중 18억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4%가 증가했다.

이는 대선진국 수출이 부진한 대신 중남미 CIS 중동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한 덕택이다.

이와함께 OEM방식의 대일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작년까지 한자리수의 증가세를 유지하던 타이어튜브 수출은 올들어 15.8%로
증가세가 높아졌다.

타이어업계는 품질고급화와 함께 EU 중남미 중국지역의 마케팅을 강화해
50개의 현지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가브랜드 수출비중을 90%까지
높여 제품인지도 제고에 성공했다.

화장품수출도 작년의 한자리수 증가에서 올해는 37.9%로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화장품업계는 최대시장인 홍콩을 비롯 중국 일본 러시아 등으로까지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산의 유입으로 인해 어려워진 내수
시장을 수출로 만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 46%의 증가세를 기록한 유류제품 수출 역시 올들어 50.9%의 높은
신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유류업계는 생산능력이 확충된 가운데 맞이한 내수둔화를 수출로 극복하고
있는데 특히 일본시장에서는 올 4월 유류제품의 수입이 개방되고 일본종합
상사들이 유류판매업에 진출하면서 수송비용이 저렴한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93년부터 본격 수출에 나선 신문용지는 올 1~10월중 무려 258.1%의 급증세
를 나타냈다.

아세안국가로부터는 재고증가로 인해 신규 오더가 감소하고 있으나 대만과
홍콩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주조설비 부품도 비록 수출규모는 작지만 작년의 감소세에서 올해는 88.5%
의 높은 증가율로 반전됐다.

이는 태국 시장을 신규로 개척한데다 가격 및 품질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대미수출이 호조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4.3%나 감소했던 비알콜음료 수출도 올들어서는 111.8%의 높은
증가세를 회복했다.

러시아시장에서 한국산 음료의 특수가 일어나고 일본시장에서는 과즙음료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90년 이후 매년 두자리수의 감소세를 기록해온 버튼식 전화기 수출은
올들어 137.3%라는 경이적인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동안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시장에서 홀대받아 왔었는데 최근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가공기계도 작년의 감소세에서 올해 다시 80.8%의 높은 증가세를
되찾았다.

주요 경쟁상대인 대만제품보다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고 업계에서 중국
호주 등을 대상으로 해외마케팅을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 10대 수출품목의 서열변화

10월말 현재 10대 수출품목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 금속광물 석유화학
인조직물 컴퓨터 의류 철강 영상기기 등의 순이다.

이중 금속광물은 작년의 경우 10위였는데 올들어 금중개무역의 폭발적
증가로 단숨에 4위에 올라섰다.

반면 석유화학은 국제가격하락에 따라 작년의 3위에서 올해는 5위로
떨어졌고 철강도 같은 요인에 의해 작년 8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이들 10대품목의 수출실적은 1~10월중 5.0%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한국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5%로 작년(52.7%)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했다.

<> 중화권 시장의 부상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 대한 수출은 10월말 현재 전체수출의
20.2%인 215억달러로 미국(181억달러)을 제치고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산업발전단계 및 구조상 중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대중국수출은 상승세를 지속해 당분간 중화권
시장이 우리의 최대시장 자리를 고수할 전망이다.

미국 다음으로는 대아세안 수출이 10월말 현재 16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5.5%를 차지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위자리를 지켰다.

특히 아세안시장은 그동안 중간재와 자본재가 주요 수출품목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들 지역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재수출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 고가 소비재수입 급증

전반적인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1~10월중 고가 소비재수입이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가 66.4% 컴포넌트 141.6% 휴대용전화기 32.2% 가구
37.2% 컬러TV 54.9% 위스키 55.8% 골프용구 75.7% 의류 30.4% 신발 58.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같은 증가율은 전체 소비재수입 증가율 20.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최근 소비패턴이 고급화 대형화 되는 추세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는 올 상반기중 위스키 화장품 모피의류 승용차
가구 보석 등의 소비재 수입이 대부분 한자리수 증가 내지 감소세를 나타내
한국과 대조를 이루었다.

<> 무역적자 최고치 경신

올들어 10월말 현재 무역수지적자는 전년동기대비 72억달러 늘어난 168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무역적자가 작년보다 90억달러 증가한 191억달러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당초 정부의 전망치인 70억달러보다 무려 2.7배나 된다.

이에따라 GNP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작년의 2.2%에서 올해는 4% 안팎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지난 81년의 7.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 무역적자의 주범은 기계류

무역수지를 품목별로 보면 10월말 현재 일반기계류의 적자폭이 103억달러로
전체무역적자의 61.3%를 차지한다.

일반기계류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적자일 때는 물론이고 86~89년처럼
무역흑자기에도 적자를 보였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대외무역수지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계공업의 육성이 무엇보다 선결과제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 대미무역적자 급증

1~10월중 대미무역적자는 9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억달러
확대됐고 11월중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는 클린턴 행정부들어 적자로 반전됐고 적자폭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대미무역수지를 역대 미국 정권별로 보면 레이건 집권기(81~88년)에는
349억달러 흑자였고 부시 정권(89~92년)때는 66억달러 흑자였던데 비해
클린턴이 집권한 93년이후 올 9월까지는 162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우리와 달리 동아시아의 경쟁국들은 대부분 대미무역에서 흑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수출입통계상 올 1~8월중 중국은 261억달러 대만은 80억달러
싱가포르는 2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도 작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8월중 321억달러의 대미무역흑자
를 냈다.

<> 대개도국 흑자확대

중화권 아세안 중남미 등 대개도국 무역흑자는 10월말 현재 17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억달러 늘어났다.

대개도국 흑자규모는 지난 94년 140억달러 95년에는 190억달러 등으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는 특히 대중화권의 흑자폭 확대가 두드러져 10월말 현재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억달러 늘어난 113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대개도국 흑자의 66%에 달한다.

이와함께 대아세안 흑자폭도 6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억달러
확대됐다.

반면 미국 일본 EU 등 대선진국 무역적자는 10월말로 339억달러에 달해
같은 기간중 전체 적자규모의 2.1배나 됐다.

<> 수출상품의 편중현상 심화

1~10월중 전체수출에서 중화학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1.2%에 달하고 있고
그중에도 전자전기 화학 자동차 기계류 등 4대 상품 수출의 비중이 68%나
된다.

반면 경공업제품의 비중은 21.7%로 작년의 22.5%보다 또다시 0.8%포인트
감소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우리의 수출상품은 다양성이 부족하고 편중구조가
심하다.

HS6단위 기준으로 95년중 10대 수출상품의 비중을 보면 미국이 19% 일본이
26%인데 비해 한국은 33%에 달했다.

이같은 수출상품의 편중현상은 요즘처럼 이들 품목의 세계경기가 하강국면
일 경우 전체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소돼야 할 문제점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