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자본금 3천만엔의 회사를 설립한후 7월에는 주당 70만엔씩 제3자
할당방식으로 증자, 1천50만엔을 조달합니다. 그리고 9월에는 두번째
제3자할당 증자로 주당 1백만엔씩 모두 1억엔을 모을 것입니다"

일본 지벡테크놀로지사의 스미요시 사장은 회사설립 두달쯤전인 지난
4월말 이같은 내용의 자금조달계획이 담긴 편지를 한 은행의 지점장에게
보냈다.

당돌하면서도 주도면밀한 이 편지를 받아보고 은행 지점장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스미요시사장은 그것을 묵묵히 해내고 말았다.

오히려 편지에 제시한 수치의 네배 가까운 자금을 조달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창업때 계획한 매출액 1억3천만엔,이익 2천만엔목표도 세달이 채 안지나
각각 2억1천만엔과 4천1백만엔으로 높여잡았다.

이에따라 액면 5만엔이던 주가도 25배인 1백25만엔으로 폭등했다.

짧은 역사의 벤처기업 지벡테크놀러지를 이처럼 성공으로 이끈 수훈갑은
수년간의 연구끝에 제조에 성공한 특수 숫돌(지석)이었다.

알루미나섬유에 특수한 수지를 높은 압력을 가해 굳힌 이 숫돌은 보통
숫돌과는 달리 빈 틈이 없어 조밀하고 단단해 깨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열에도 잘 견디며 작업하기에도 안전해 지금까지 나온 어느
제품보다 품질이 월등한 베스트 셀러였다.

그러나 이 회사가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이 숫돌 때문이
아니다.

바로 창업까지의 철저한 준비과정과 독특한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숫돌을 개발한 사람은 스미요시사장과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인
기쿠자와상무였다.

기쿠자와는 제품개발을 위해 자신의 집 헛간을 개조, 실험실을 만들고 지난
94년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었다.

이때 CSK벤처캐피털 상무로 일하던 스미요시사장은 기쿠자와가 제품개발
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아낌없이 자금을 지원했다.

나중엔 직장 퇴직금까지 그의 연구에 보태졌다.

동시에 그는 창업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스미요시는 종래 제조업체인 야마하에서 경영전략의 중추역할을 담당했었고
다이에이파이낸스에서는 임원으로서 판매업에서 금융업으로 회사구조를
전환시키는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이같은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노하우와 창업정신을 결합해 종래 보기 드물던
새로운 방법으로 창업을 시작한 것이다.

지벡테크놀러지는 주주구성에서도 독특한 면모를 보여준다.

도쿄증권거래소의 1부상장회사의 최고경영자 대학교수 공인회계사 변리사
변호사 경영컨설턴트등등 주주는 다양하다.

인재조달에 한계가 있는 벤처기업으로서 경영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향력있는 인사들을 주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소수정예위주의 경영도 지벡테크놀러지의 성공비결중 하나다.

지벡테크놀러지의 독특한 파트너경영 방식을 따르면 주요부서에 역량있는
사원을 배치하기만 하면 12명만으로 회사를 가동할수 있게 된다.

나머지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나 외부인력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
이다.

게다가 연구개발은 대학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스미요시사장이 직접 고안해낸 것 중에 조직개념도라는 것이 있다.

위층은 가치관 사명감 경영전략등 사업에 대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집단이고
아래층은 높은 전문성 적극성 책임감등 실무능력이 필요한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사원 각자가 맡은바 이 두가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회사의 가치가
향상되고 결국에는 주가가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사업파트너이기도 한 사원으로 하여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하는 주요 인센티브이기도 하다.

지벡테크놀러지는 사원이 아닌 주주들을 위해서도 주요 사업이 있을때마다
분기마다 사업의 배경 구체적 계획등을 상세히 보고하는 매니지먼트레터를
발행한다.

사원들이 자신이 작성한 사업계획을 책임감을 갖고 수행하도록 하고 또
이를 주주에게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결국 지벡테크놀러지의 창업성공은 지벡테크놀러지 나름대로의 경영철칙과
창업철학의 승리사례였다.

지구상에는 하루에도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많은 기업들이 새로 생겨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요즘 일본에서는 지벡테크놀러지의 성공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창업
후보들이 부쩍 늘고 있다.

[[[ 창업 성공의 10가지 철칙 ]]]

1. 세계최고의 기술 노하우가 있을 것.
2. 틈새시장이나 새로운 개념의 분야일 것.
3.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제품종류가 다양할 것.
4. 시장동향및 라이벌과의 경쟁조건을 명확히 파악할 것.
5. 새 경영기법을 도입할 것.
6. 기술/상품개발은 대학/소비자들과 협력해 수행할 것.
7. 기회이익 최대화보다 기회손실 최소화가 우선될 것.
8. 빠른 속도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
9. 불확실한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
10. 일단 결정하면 포기하지 않는 경영자 의지.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