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철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다.

전자는 수천년간 논의되어 왔으나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고, 후자는
지난 수세기의 논의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려는
방대한 작업으로 발전되고 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그것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자에 담겨진 30억 여개의 유전정보를
해석하려는 야심찬 "인류 유전자 지도작성 사업"이다.

또한 유전자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그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일에도
접근하고 있다.

유전자 구조와 기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은 생명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인간의 모든 것이 유전적으로 조절되고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클 것이다.

인간의 특성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은가라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부정이 인간행위에 근거한 사회현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99% 침팬지이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 구성차이가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에 담겨있는 3,000만개의 유전 정보의 조합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지, 인류 문명을 잉태할수 있는 충분한 토양이 된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려면 아직 요원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현대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난치병이나
각종 암 치유에 시도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그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일부 질병의 진료에 적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희망적이다.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공학적 노력이 인공장기의 개발에 기여하고,
영상기술의 발전이 인체의 내부구조를 밝혀내듯이 생명에 대한 탐구로
시작된 유전학이 신의료를 개척하여 인간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