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잠자리 거미 반딧불"

과도한 농약사용으로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크게 줄어들거나 자취를
감춰버렸던 이들 곤충들이 요즘들어 농촌들녁 곳곳에서 흔히 목격되고 있다.

이는 환경농업기술의 개발, 보급과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농약사용량이 줄어든데서 비롯된 것으로 농촌 생태계가 제자리를 찾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0년 한해동안 벼농사를 위해 8천4백여t의 농약이 전국적으로
사용됐지만 농약사용량은 점차 줄어들어 93년에 6천t, 94년에 5천5백t,
95년에 5천t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농촌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농약뿌리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젊은 인력들이 농촌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 농약을 이용해 병충해를 막던 것과는 달리 생태계의 천적을 이용,
병충해의 피해를 예방하는 병해충종합관리(IPM)사업이나 유기농법 등 새로운
영농기법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것도 농약사용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장마기간이 짧았고 습도가 낮았으며 폭풍의 피해가
거의 없어 병충해가 크게 줄어드는 등 기상여건이 좋아 농약사용량은
4천t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약 사용량의 감소추세가 이어지면서 농촌 생태계에서 가장 눈에 띠게
나타난 변화는 최근 3~4년이상 자취를 감췄던 반딧불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

습지에서 유충시절을 보내는 반딧불은 농약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논의 수로
등이 오염돼 보금자리를 빼앗겨 최근 10여년간 가장 급격히 숫자가
줄어들었다가 다슬기 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물들이 수로등지에서 살게
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전남 장성군 농촌지도소 작물보호계 정길남씨는 "7~8년전부터 거의 보이지
않던 반딧불이 최근 북이면 달성리지역 등에서 나타나고 있고 다른 종류의
곤충들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풍성한 가을 들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메뚜기의 숫자도 전국적으로
크게 불어나고 있다.

메뚜기는 농약에 대단히 민감한 곤충으로 농약사용량을 곧바로 알 수 있는
척도로 알려져 있다.

전북 고창군 농촌지도소의 배현진씨는 "식물의 잎을 먹고 사는 메뚜기는
익충으로는 볼 수 없지만 3~4년전부터 서서히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방아깨비 땅개비 등 다양한 종류의 메뚜기가 논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벼멸구나 이화명충 등 해충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거미나 기생벌
등도 농촌지역에서 자주 발견돼 자연 스스로 정화능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남 진주농촌지도소 기술보급과 김정근씨는 "환경농업이 보급되면서
해충의 알에서 기생하거나 해충을 잡아먹는 기생벌 거미 무당벌레 소금쟁이
실잠자리 사마귀 등이 들에서 쉽게 눈에 띈다"며 "농약사용량을 줄이고
익충을 보호할 수 있는 농약을 사용하면 이런 추세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남국.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