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16일 입법예고한 신항만건설촉진법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민자사업시행자와의 "수의계약" 조항이다.

신공항건설촉진법개정안이 인천국제공항,고속철도건설촉진법안이 경부고속
철도 건설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면 신항만건설촉진법안은
부산가덕도신항을 위한 법이랄수 있다.

그런만큼 이들 3개 국책사업 특별법은 각종 인.허가를 비롯한 행정절차
대폭 간소화등 내용면에서 대동소이하나 "수의계약"조항은 신항만건설
촉진법안에만 포함된 내용이다.

해양부 임창렬차관은 이와관련,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큰 신항만 건설사업을 민자사업자가 현행 여건하에서 그냥 추진하게
될 경우 적자가 나게 돼 있다"며 "그런만큼 정부가 시행하는 항만기본시설
시공권을 사업시행자와 수의계약해 주거나 무이자융자 또는 장기저리로
지원하는 길을 열어 놓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민자부문 3조8천억원, 국고부문 1조7천억원등 총 사업규모
5조5천억원인 부산가덕도신항 건설사업의 경우 한 업체나 컨소시엄에게
민자유치사상 최대규모의 시공권이 모두 주어지게 됐다.

임차관을 비롯한 해양부관계자들은 "수의계약"조항이 민자사업자의 수익성
보장을 위한 안전판일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신항만 민자건설사업이 그다지 메리트가 없어 선뜻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민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의 하나로 민자사업자에게 수의
계약을 통해 국고사업 시공권까지 덤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국고사업비가 1조7천억원규모인 가덕신항의 경우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경쟁입찰에 부칠 때에 비해 통상적으로 15%의 마진이 떨어지게돼 약
2천6백억원의 추가 수익이 민자사업자에게 보장되는 셈이다.

이를두고 벌써부터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정부내는 물론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항만 건설사업이 극심한 항만적체를 조기에 해결하고 동북아 물류중심
항만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급하고 국가전략적으로도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덕신항의 경우 현재 19개 업체가 참여의향을 밝히고 있는 상태라 수익성
이 없어 수의계약을 통해 추가로 메리트를 주겠다는 해양부의 방침은 납득
하기 어렵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들 나름으로 주판을 튕겨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섰으니 참여의사를
비친 것이지 적자가 나는 사업에 손을 대겠느냐는 얘기다.

이들은 신항만건설촉진법상에 "수의계약" 조항이 담긴 배경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정부공사를 수의계약할수
있는 8개 조항에 항만건설부문은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공사비 1백억원이상
의 사업은 수의계약을 할수 없게돼 있어 굳이 수의계약을 추진하려면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건설시장개방을 앞두고 법을 개정할 경우 외국정부와 업체들
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쉽사리 법개정을 할수 없는
형편이다.

또 수의계약부문을 민자유치촉진법에 포함시켜 신항만 사업을 추진하려니
신공항 고속철도등 다른 부문에서도 수의계약을 요구하거나 무이자융자등
국고보조를 잇달아 요청할 것이 불보듯 뻔해 부득이 신항만건설촉진법에
수의계약조항을 담게 됐다는 주장이다.

신항만건설촉진법의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문제점
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양부는 당초 가덕신항 목포신외항 인천북항 포항영일신항 새만금신항
보령신항 울산신항등을 7대 신항만사업으로,광양항과 아산항은 가덕신항과
더불어 3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해양부와 관계부처는 재정운용상 여건을 감안해 법적용 대상항만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9개 항만중 혜택을 입게될 항만은 3~4개에 그칠
전망이어서 지역균형개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