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리엔지니어링 등 축소/전문화 지향적인 최근의 경영추세에
반기를 들고 중앙집중관리식의 경영전략으로 복귀하려는 세계적 기업이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기업은 스위스 최대의 금융서비스 지주회사인
CS(Credit Suisse)홀딩사.

CS홀딩사는 최근 89년 도입했던 느슨한 지주회사형태의 회사구조를 강력한
"중앙집중식" 체제로 재구성한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나 최근 들어 유럽에서 불고 있는 기업분리(Spin-off)
바람과는 역행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상호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분리해 수익성이 뛰어난 우량핵심사업만을 중점
육성하는 기업분리화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듯 레이너 거트 CS회장은 "이번 구조재조정은 다양한 국제업무
를 영위하는 스위스의 한 은행집단이라기 보다는 핵심사업부문과 여러개의
본사를 거느린 국제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CS홀딩사의 이번 변신계획은 금융서비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최근의
영업부진 만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에는 산만한 지주회사구조에서 비롯된 사업부문 중복과 업무혼란
등의 불협화음을 막아보자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미국의 체이스 맨해턴 은행과 케미컬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국제금융사업의
환경변화와 독일 도이치뱅크의 투자금융부문강화도 CS홀딩의 변신을 요구
했다.

CS홀딩사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2~3년간에 걸쳐 약 5천명을 감원,
매년 7억스위스프랑(5억5천1백만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또 기존 사업분야도 4가지 핵심부문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들 핵심금융사업분야는 스위스 국내 금융, 국제 기업투자은행, 민간금융,
기관자산관리부문등 4개 분야.

지금까지 3개의 상호로 운영해 왔던 스위스 국내 영업부문이 CS폴크스뱅크
로 통합되며 CS프라이비트뱅킹이 국제 민간금융을, CS에셋매니지먼트가 기관
자산관리부문을 맡는다.

특히 국제 기업투자금융을 담당하게 될 CS퍼스트보스턴인베스트먼트뱅크는
기존의 상업금융과 파생상품부문을 통합, 주식자본금만도 85억달러에 달하는
대형금융기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현재 CS홀딩사는 크레디트수세와 스위스폴크스뱅크의 악성부채,
CS퍼스트보스턴에서 외부로 속속 빠져 나가는 경영진들 외에도 직원들의
급여에 대한 불만고조로 큰 골치를 앓아 왔다.

따라서 CS홀딩사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집권식체제가 이같은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