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홍은 의원의 발다박 용천혈을 지압하면서 또 흘끔흘끔 사타구니
쪽을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그 물건이 조금씩 움직거리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머리 정수리의 백회와 발바닥의 용천이 경락의 시발점과 종점이
되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이런 지압으로 가사 대감의 몸이 살아난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언홍은 가사 대감의 몸을 자기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공상을 하며
의원의 지시를 따라 나갔다.

"용천은 신기를 주장하는 혈이고 신기야말로 정력의 원천이 되는
기운이니까 열심히 서방님의 용천을 이런 식으로 지압을 해주세요.

그리고 여기 손등쪽 손목 복판을 엄지 끝으로 눌러보세요.

조금 들어간 부분이 있죠?

이것이 삼초경에 속하는 양지라는 혈인데, 말 그대로 양의 기운이 고여
있는 못인 셈이죠.

이 양지혈을 잘 눌러 이 못에 고인 양의 기운을 전신으로 흘려보내면
그야말로 양기가 살아나는 거죠"

언홍이 의원이 지적하는 곳을 엄지 끝으로 눌러보니 과연 옴폭 들어간
부분이 느껴졌다.

언홍이 엄지 손톱을 세워 그 양지혈을 자근자근 찍어주듯이 눌러주었다.

"그리고 여기 팔꿈치뼈 사이를 눌러보면 여기도 들어가 있죠.

이것은 천정이라는 혈인데 역시 삼초경에 속하는 경혈이지요.

양지혈을 누른후 천정혈을 누르고, 그 다음 목덜미 위쪽 천류혈과
귀 뒤를 싸고 있는 예풍, 경맥, 노식혈을 누르고 귀 바로 위쪽 각손혈을
지나 귀뿌리 복판에 있는 이문혈, 관자놀이에 해당하는 화료혈, 눈썹 끝
바로 위쪽의 사죽공혈을 누르면 손과 연결된 삼초경의 중요 부분들은
다 지압한 셈인데, 삼초경은 피부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경락이라 피부도
좋아지고 양기도 충천하게 되지요"

언홍은 의원의 지시에 따라 삼초경의 중요 부분들을 엄지나 검지로
하나씩 눌러보았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손가락으로 눌러보는 곳마다 옴폭 들어간 구석이
감촉되었다.

그리고 의원의 그 물건도 차츰 기운을 얻어 일어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언홍은 가사 대감의 물건은 뒤로 미루고 우선 의원의
그 물건을 몸속으로 받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처녀의 몸으로 외간 남자와 먼저 정을 통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의원은 언홍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충동을 눈치챘는지 슬그머니 언홍의
옷을 끌어당겨 벗기려 하였다.

언홍은 얼른 몸을 틀어 의원의 손길을 막아냈다.

의원이 점잖게 언홍을 타일렀다.

"지금부터 하는 지압은 옷을 벗고 알몸으로 해야 서로 정기가 오고
가면서 빨리 효과를 얻는 법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