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할 일이 태산같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부(USTR)대표가 17일 밤 중국과의 지적소유권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꺼낸 말이다.

미국측 협상대표가 갈길이 멀다고 자인할 만큼 이번 미.중간 지재권 협상은
"상황 종료"가 아니라 "문제 제기"의 성격이 더 짙다는게 통상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우선 이번 협상타결조건에서 미국측은 국내 업계의 핵심 주문사항중
한가지인 "대중국 오디오비디오시장 접근"건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미국내 소프트웨어업자들은 틈만 나면 현지기업 설립을 통한 중국내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된다고 요구해 왔으나 이 건은 이번 타결문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미국통상당국은 따라서 국내의 압력수위가 높아지면 대중국 시장접근을
이슈로 다시 꺼집어 낼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지적소유권
통상마찰이 격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측이 밝힌 주요 합의사항에서도 현실을 감안할때 얼마나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 많다.

미국협상단은 이번 협상의 큰 소득으로 CD불법복제단속에 미국관리가
능동적으로 중국측의 불법복제단속에 동참할 수 있는 "부분적인 감시권"을
얻어낸 것을 자랑하고 있다.

또 중국의 최고 치안기관인 공안부가 불법복제문제를 담당키로 하는등
단속기관의 격상을 중요한 협상소득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는 중국이 미국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협조하지
않으면 효력을 기대할 수 없는 "종속변수"라는데 문제의 여지가 있다.

벌써부터 미음반산업협회(RIAA)의 제이 버만회장은 "중국측의 태도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며 "앞으로 3개월이 지난후에도 중국의 지재권 보호
행정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관세보복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셰프스키대표도 이번 협상결과에 대한 미국업계의 미심쩍은 눈초리를
의식한듯 기자회견장에서 "여차하면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바로 무역제재를 무기 내세워 일대 담판을
벌이기 위해 북경으로 급히 오겠다는 뜻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간의
상전은 정작 이제부터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