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데스크칼럼] 장관의 말 .. 유화선 <부국장대우/산업1부장>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그날 술자리의 안주는 "장관의 말"이었다.

    꽤나 의미있는 말들이 오간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은 그 녹음.

    "장관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노라니까 씁쓸하더군. 너무 위압적이란 느낌도
    들고..."

    "개인휴대통신인가 뭔가 하는 사업자를 선정할 때 얘긴가. 뭐 자신감이
    있어 좋아 보이지 않던가"

    "아니지. 바로 그 사업자를 선정하기까지 재계가 벌였던 이전투구를 몰라서
    하는 소린가. 어차피 국민과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던 문젠데 이왕 저간의
    선정과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리였다면 보다 분명한 "자세"가 필요했던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 장관직이란 적어도 일국의 정부를 대표하는
    자리이지 않나. 얘기인즉 자연인 아무개가 아니란 말이지. 그게 장관이란
    자리가 갖는 함축성 아닌가"

    "그래도 소신이 있으니까 그정도라도 한것 아닐까. 왜 예전엔 정부가 결정할
    자신이 없으니까 "업계가 알아서 하라"고 던져 버린적까지 있지 않나"

    "장관의 말도 마찬가지야. 어차피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우리네 말
    아니던가"

    "그러니까 더욱 말을 아꼈어야지. 장관의 말은 곧 정부의 정책 아닌가.
    정책이 신뢰를 받으려면 장관의 말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말일세"

    "장관이 너무 과묵하기만 해도 좋은건 아니지 않나"

    "말이란 적적소해야 하는 법이야. 옛말에 오이밭에선 신발끈을 고치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만지지 말라고 했지만 장관은 특히.."

    "하긴 자충수를 둔 면은 나도 인정하네"

    "그 정도가 아니야. "도덕성"만 하더라도 그렇지. 결과적으로 신청업체들
    간에 비도덕적인 흠집내기와 상호비방전이 난무하는 결과를 빚지 않았나.
    뒷말이 무성한 것도 똑같아. 장관이 이 자리에선 이말을, 저 자리에선 저말
    을 하니까 공연히 의심만 산 것 아닌가"

    "왔다 갔다 한 건 사실이야"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 그러니까 내락설등 각종 루머가 떠돈 것 아니겠나.
    백번 양보해서 정부의 원칙이나 기준도 바뀔 수 있어. 그걸 문제삼자는게
    아니야. 원칙이 바뀌었다면 정부를 대표하는 장관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또 그걸 설명해주면 되는 거야. 국민들은 얼마든지 이해하고
    얼마든지 납득하네. 하지만 이것은 그런 경우가 아니지 않은가"

    "어떤 경운데"

    "예를 들어볼까. 고의가 있었다기 보다는 실언 수준인데. 중소기업을
    우대한다고 했다가 중소기업 컨소시엄은 우대하지 않는다? 1차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가 면접이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도덕성이 중요한
    심사기준이 된다고 했다가 도덕성 평가는 최소한으로 국한하겠다? 컨소시엄
    을 우대하겠다고 했다가 대연합 우대 방침은 없다?"

    "좀 심하긴 했군"

    "심한 정도가 아니지. 단순히 개인휴대통신사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얘기야. 이건 철학의 문제야. 국가를 대표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허언을 밥먹듯이 한다면 말이 안되지. 당사자도 문제지만
    그 밑에서 장관을 보좌하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니까.
    정부의 권위가 추락할까봐 하는 소리야"

    "이미 충분히 봉변을 당한 것 아닌가. 왜 중소기협중앙회에서 떠들고
    난리가 나지 않았나. 하긴 장관의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던데"

    "장관의 견해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자는게 아니라니까 그래. 생각 없는
    소리를 해대는게 문제란 말야.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대한 견해야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막을수 있겠나. 요는 시험감독이 시험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저 학생은 자격없다, 떨어질 것이다고 말해선 안된다는 거지"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구만"

    "더 심각한 것은 일반 국민의 정서에는 형법에서 말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지. 잡범은 유죄가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가 되지만
    세간의 뒷말은 혐의만 있으면 유죄야. 옛말에도 중구삭금, 많은 사람의
    입방아가 쇠를 녹인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꼭 구린 냄새가 요란하다고
    해서 말썽인 것만은 아니야"

    "..."

    "국민이 나라의 피와 살이라면 글쎄 관리는 그 뼈대 쯤이 되는 것 아닌가.
    인체의 골격이 바로 잡혀야 사람의 허우대가 멀쩡하듯이 관리들이 제대로
    서야 나라꼴이 번듯해지는 것 아니던가 말이야. 더구나 장관은 관리중의
    관리니까 장관이.."

    "어쨌든 오늘 안주는 별도로 필요없겠군. 안주값은 굳었네"

    "글쎄"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

    ADVERTISEMENT

    1. 1

      엄마의 선물 [권지예의 이심전심]

      최근에 사진을 잘 찍는 선배 작가가 불타오르는 절정의 단풍부터 낙엽 지는 만추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단톡방에 보내줬다. 감성 돋는 그 정경을 보며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던 차에 지난 주말에 받은 사진 한 장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사위어가는 석양빛을 받으며 커다란 나목의 가지에 딱 한 장의 나뭇잎만 매달려 있는 사진이었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가 떠올랐다. 어느새 긴 겨울 소멸의 시간으로 들어선 세월의 허무함이 잠시 밀려왔다.그런데 거의 동시에 다른 작가의 톡이 올라왔다. ‘오늘 새벽에 아버지께서 가셨어요.’ 그의 아버지가 오래 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친정집에 7년째 꼼짝 못하고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 2010년 발병한 암으로 수술만 세 번, 그 후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수술과 척추 골절로 총 유병기간이 15년이 넘은 어머니.아주 오래전 11월 말, 인생에서 가족의 첫 죽음을 경험했다. 의연하게 암투병을 하던 꿈 많은 여고생 동생에게 끝내 ‘마지막 잎새’의 기적은 없었고, 죄 없는 생명은 속절없이 스러졌다. 인디언의 달력에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란 것을 그때 알았다. 그 후 내 슬픔을 치유해준 것은 8할이 그 말이었다. 당시 갓 마흔이 넘은 어머니는 아픈 자식을 구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죄로 아플 때 아프다는 말을 절대 내뱉지 않는 사람이 됐다. 그건 어머니 스스로가 정한 일종의 속죄였을까.“걔만 생각하면 난 아픈 게 세상에 하나도 없다.”어머니에게 아픈 손가락, 아니 차라리 그건 진통제였다. 여동생이 죽은 지 40년이 된 날에 실로 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성당에

    2. 2

      [천자칼럼] GM 철수설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이 ‘철수설’에 시달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200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한국GM은 소형차·준중형차 개발·생산 허브로 성장해 2013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GM이 2014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이 지역에 차를 공급해 온 한국GM 생산 물량이 급감했다. “2016년까지 한국 생산량 20% 축소”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당시 보도가 나오자 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철수설은 2017년에 또다시 불거졌다. 직전 3년간 총 2조원 규모 순손실을 낸 데다 그해가 GM이 약속한 “15년간 경영 유지”의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GM은 호주 러시아 등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실제 철수했다. GM은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인천 부평·창원 공장을 구조조정했다. 2018년 정부는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원을 추가로 넣었고, GM은 ‘최소 10년’간 한국 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6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철수설이 또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대미 수출 물량으로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이 기간 내수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해 초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를 팔기로 하면서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친노조 정책과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생산 차질을 빚거나 노사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불법 파견 관련 혐의로 노조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급기야 그제 국회에서 ‘철수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한국지엠 발전방안 마련

    3. 3

      [사설] "AI 해킹에 국가보안망 무력화 시간문제"라는 섬뜩한 경고

      인터넷 시대에 구축한 낡은 보안 시스템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공격을 당해낼 수 없다는 섬뜩한 경고(한경 12월 5일자 보도)가 나왔다. 국내 최고의 해킹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비해 방어 능력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급증하는 AI 해킹을 막을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지 않으면 핵심 국가보안망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도 했다. 쿠팡의 3370만 명 개인 정보 유출 사건과 SK텔레콤, KT 등의 잇따른 해킹 사고를 보면서 국민 대다수가 가진 불안감이 이제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는 얘기다.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부문을 겨냥한 AI 해킹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등이 신고한 사이버 침해 사고는 1034건으로 하루 평균 5.7건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았거나 해킹 사실을 모르는 사례를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공공기관 대상 해킹도 상상 이상이다. 공무원이 업무할 때 쓰는 행정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이 3년 가까이 해킹당한 사실이 지난 10월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공공기관 해킹 시도가 2023년 하루 평균 162만 건에 달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도 나와 있다.AI 분석으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보안 시스템의 구멍을 더 쉽게, 더 빨리 찾아내는 세상이 됐다. 사이버 공격을 위한 준비 시간이 기존 16시간에서 불과 5분으로 단축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방어하는 쪽에선 그만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다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 업무망을 분리한 우리나라 특유의 망 분리 시스템이 오히려 체계적인 보안 대응을 어렵게 하는 만큼 AI 해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