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 상서동에 위치한 한올제약.

지난73년 창업한 이회사는 주사제 연고제 수액제 등 병원용 치료제
전문생산업체이다.

이회사는 한차례의 극심한 노사분규를 경험한후 이를 거울삼아 생산적
노사관계를 다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회사가 겪은 노사갈등은 지난해 3월 회사측이 외부용역사원을 채용
하면서 비롯됐다.

회사는 의약품 주문물량이 크게 늘어나자 노조와 협의없이 생산인력을
외부에서 충당한 것.

회사의 이같은 조치가 있자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우려한 노조측이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회사는 노조의 반발에 맞서 노조간부 5명을 징계조치시켰다.

그동안 대립과 갈등을 겪어보지 못한 노사양측 모두가 "칼에는 칼"식으로
팽팽히 맞서며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욱이 노조측은 회사의 징계조치이후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그해 6월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며 회사측은 이에 뒤질세라 노조간부 10여명을 징계한
후 10월엔 노조간부 4명을 해고시키는등 노사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회사측은 여기에다 파업으로 인해 6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며 노조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 법원이 주동자 16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 이회사의 노사갈등을 화합으로 반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11월 사단법인 노사문제협의회 조승혁 회장이 우연한 기회에 회사를
방문, 대립관계에 있는 이회사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발벗고 나선것.

조회장은 서울사무실과 대전공장을 수시로 오가며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고
생산적노사관계를 다짐하는 화합행사도 중간에서 주선했다.

노사양측 모두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에 조회장의
설득은 즉각 약효를 발휘했다.

회사측은 지난3월25일 해고노조원 전원을 복직시키는등 화해를 시도했고
노조측도 회사측과 손을 맞잡았다.

결국 노사는 3월27일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 국민경제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적 관계를 확립할 것"을 다짐하는 노사화합및 무쟁의
결의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쟁의와 징계로 뒤범벅이돼 악몽같았던 지난1년을 화합의 한마당을 벌여
깨끗이 떨쳐버린 것이다.

"그때는 왜 서로 믿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권인중 공장장과 정춘화
노조위원장 모두 생산차질을 빚게 했던 지난1년간의 지리한 갈등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이제 한올제약에는 봄기운을 받은듯 노사분위기도 훈훈해졌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사이의 벽은 완전히 허물어져 점심식사도 같이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근로자 스스로가 조기출근해 회사안팎을 말끔히 청소하기도 한다.

또 고충처리위원회도 설치,노사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한올제약은 이같은 협력무드 아래 오는 10월부터는 제3세대 항생제인
토미론 생산을 위해 다음달중 공장신측에 들어가고 6월부터는 파리 모기약
등 방역시장에도 신규참여키로 하는등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올해부터 수입판매할 백신을 97년부터는 자체생산할 계획이고 98년부터는
복합지혈제 상품화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지난해 3백억원인 매출실적을 올해 3백60억원으로 늘리고 오는 2000년
까지는 현재의 손실률 2-4%대를 1-2%선으로 낮춰 1천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노사양측은 이제 과거의 상흔을 말끔히 씻고 영원한 무쟁의 결의가 최고의
제약업체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대전 = 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