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 김성택기자]

재원조달에 난항을 겪고있는 ADB(아시아개발은행)가 한국의 기금출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올 연말이면 바닥을 드러내게 되는 ADB의 장기처리원조자금은 ADF
(아시아개발기금)출연을 놓고 회원국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ADB는 출연금증액노력이 가장 높은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30년간 아시아지역의 저개발국가 사회간접자본건설 등에 기여해온
ADB의 재원은 크게 ADF와 OCR(일반대출자금)두가지.

ADB는 이들 자금으로 해마다 50억달러가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 현재 대출잔액은 4백30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ADF의 지원조건은 40년거치 10년분할상환 연리 1%로 무상원조나
다름없다.

지난 92년 6차출연을 통해 42억달러를 조달, 아시아지역에 지원했는데
현재잔액은 10억달러수준에 불과해 올 연말이나 내년초면 재원이 고갈될
전망이다.

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OCR자금은 조달금리에다 0.25%포인트
안팎을 가산한 실세금리(연 6~6.5%수준)로 지원된다.

따라서 저개발국의 긴요한 사업에는 ADF가 주로 동원된다.

ADB측은 적어도 47억~48억달러수준의 ADF기금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원국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주요 공여국인 미국은 의회가 국제기구출연 예산안 통과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

유럽 등 다른 서방선진국가들은 아시아의 농력있는 국가들의 부담을
늘리고 자신들의 부담은 점차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능력있는''아시아국가 가운데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있어 중국투자에 적극적인 ADB의 입장과는 상치된다.

홍콩은 내년도 본토귀속이 코앞에 다가와있다.

또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 경제규모가 작은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한국이
최대한 기금출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ADB최대의 자금줄인 일본을 포함한 나라들도 한국의 동향에 따라
출연규모를 정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다.

우리정부도 이를 의식, 나웅배부총리가 이번 총회기간중 사토 미쓰오
ADB총재를 면담한 자리에서 기금출연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지역에서의 위상강화와 OECD가입심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다만 ADB가 특별증자를 통해 한국의 지분율을 높일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게 우리측의 요구다.

지분율이 높아져야 투표권도 많아지고 실질적인 지위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회원국들의 견제가 걸림돌이다.

지난 92년 6차 ADF출연금 42억달러중 우리나라는 1천5백만달러를 내는
등 기금출연이 미미했다.

ADB는 2억~3억달러로 출연금을 대폭 올릴 것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지분율 문제가 걸려 서로 구체적인 금액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한국의 고속성장에는 ADB의 지원이 한몫을 했고 현재 출연여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연금액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ADB수혜국중 본격적인 자금공여국으로 올라서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

ADB는 오는 6월24이, 25일께 ADF기금증액문제의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