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도 달래고, 자녀들 자연학습도 시키고"

주말농장이 도회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가 고향인 대우 (무역부문)의 소승언 과장(36)은 처음에 큰 기대는
하지않고 주말농장을 신청했는데 가족들이 좋아한다며 흐뭇해했다.

"애들이 좋아합니다.

뭐든 심어보려고 하고, 땅도 갈고, 아주 재미있게 놉니다"

동향인 부인도 남편이 주말농장을 신청했다고 했을때는 시큰둥했으나
막상 가보고나서는 좋아하더란다.

몸은 피곤하지만 가족들이 즐거워하니 그저 흐뭇하기만하다.

농협이 지난 93년부터 본격적으로 알선분양하고 있는 주말농장은
이제 도시근교 농촌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3월 임대분양한 주말농장 22만2천평중 17만평이 분양됐고
서울근교에서는 2만평정도만 아직 분양이 안됐다.

주말농장은 특히 농촌출신의 30~40대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흙냄새를 맡으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자녀들과 채소나 꽃을
가꾸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본다.

부모님께는 적절한 소일꺼리가 된다.

농기구는 농장에서 빌려주고 비료와 종자 등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웬만한 관리는 농장에서 해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차원에서 주말농장에 관심을 갖는 곳도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부터 주말농장을 집단으로 임대받아 임직원들에게
분양하고 있고, 대우 (무역부문)도 올해부터 주말농장을 임직원들에게
분양하기 시작했다.

그밖에 삼성항공 등도 회사차원은 아니지만 직원들끼리 주말농장을
임대받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떠나서 농장에서 같이 일하고 웃다보면
인간관계도 더욱 돈독해진다.

모르고 지내기 마련인 가족들끼리도 인사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주말농장은 공급자인 농민들에게도 관심있는 상품이다.

밭1천평을 가진 농민의 경우 평당 1만원정도를 임대료로 받으므로
천만원정도를 미리 손에 쥐게 된다.

특별히 수익성있는 과일을 재배한다해도 손이 많이 가서 품값이 많이
들기때문에 평당1만원을 번다는 것은 적은 돈이 아니다.

또 농사가 기후변화에 따라 수익변동이 큰데 비해 주말농장으로 임대하면
이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다.

약간의 관리비만 들이면 된다.

따라서 노인네만 남아있거나 일손이 없는 농가에서는 주말농장으로
밭을 임대하는 것이 근사한 대안이 되고 있다.

주말농장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상추 쑥갓 고추 배추 오이 토마토 등
채소가 대부분이지만 꽃을 심는 곳도 있고 과일을 재배하는 곳도 보이고
있다.

꽃사슴을 분양해주는 곳도 있다.

시.도 등 지자체에서 주말농장을 알선분양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농협이
알선하는 곳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02-397-5624)는 주말농장이 농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휴경지 등을 대상으로 주말농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