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6일 마련한 정보화촉진 기본 계획안은 작고 효율적인
"전자 정부"와 중소기업 정보망구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과제들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지난 1월 정보화촉진 기본법이 발효되고 나서 처음 마련된 5년 단위의
이 계획안을 보면 올해부터 2000년까지 공공부문 정보화에 6조원, 정보통신
기술개발및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등에 4조원등 모두 1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질 경우 지금까지 각 부처별로 추진해오던
정보화계획이 하나로 묶여져 대형 국책사업인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계획과
연계됨으로써 효율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 정보망구축에 1조3,000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보아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임은 물론 계획추진 과정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의 신규수요가 유발돼 관련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98년까지 공무원 1인당 PC 1대씩을 보급하고 99년까지
전 부처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번에 모든 민원을 처리할수 있는
전자정부를 실현한다고 하니 행정편의 면에서 국민들이 누리게될 혜택도
결코 작다고 할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모두가 소홀히 해서는 안될 몇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재원조달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는 2015년까지 45조원이 들어갈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도 그렇지만
이번 정보화촉진 기본계획 안에도 재원조달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저 막연하게 "정보화촉진 기금과 정부예산으로 확보한다"고만 돼있다.

필요한 재원은 연평균 2조원에 달하지만 올해 각부처에 배정된 정보화
예산을 모두 합쳐봐야 3,300억원에 불과하다.

정보화촉진 기금은 아직 모아 놓은게 없다.

이런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둘째 정보통신망은 도로 철도 항만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의 하나
라는 점에서 이 사업은 여타 SOC시설과 함께 그 우선순위와 자원배분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했다 해도 다른 분야의 SOC시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제 기능을 발휘할수 없다.

셋째 방대한 국책사업에 끼어들기 쉬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정보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15개
부처장들을 참여시킨 것만봐도 이 사업이 얼마나 종합적인 관리와 범 부처적
협조를 필요로 하는가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화사업의 주체는 결국 민간기업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볼때 기업의 참여와 활동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규제는 철폐-완화되어
마땅하다.

그동안 통신시설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광범위한 규제를 가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필요로 하는 정보화사업에서는 과거의
규제들은 대부분 의미를 상실한다.

요컨대 정부의 의욕적인 정보화사업은 정부의 역량과 민간의 활력이
유기적으로 접목될 때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