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표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정치학박사 >

중국이 지난 8일부터 대만의 주요 교역항인 지륭과 가오슝의 인접해역을
목표지점으로 하는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고, 이어서 대만해협에서
해.공군 실탄사격훈련에 돌입함에 따라 대만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3월23일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선거에 임박하여 대규모의
육해공 군사력을 동원한 상륙훈련을 계획하고 있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상태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이러한 군사훈련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지난해 6월 이등휘
총통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금 본격화 되고 있는 대만 독립움직임에
쐐기를 박자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독립이 이번 총통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어 있음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을 가장 적으로 삼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감행하면
대만의 경제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되어 이것이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이등휘
총통이나, 민진당의 팽명민같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 감소로
이어져 향후 통일문제에 관해 중국이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내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목적으로
대만독립을 뒤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인식하고, 차제에 중국의 통일문제에
미국의 개입 여지를 사전에 봉쇄하는 한편, 대만문제를 미중 현안의 해결과
관련되어 하나의 외교적 카드로 사용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말날지를 이 시점에서 정확히 예측키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이번의 위기가 중국측이 대만침공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중국측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어 양안갈등을 중국의 내부
문제로 격하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만침공은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크게 위협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중국이 국제적 비난과 경제제재를 면할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은 무리하게 대만을 침공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중국의 군사력은 양적으로는 대만의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대만침공의 성공을 보장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따라서 중국의 진정한 의도는 이번 상황을 전쟁에 버금가는 상황으로까지
몰고가 대만으로 하여금 독립추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하여,
궁극적으로 대만이 통일협상에 응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의 내부사정이나 미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당장 대만이 중국의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여 통일협상에 응하지는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이 대만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강경노선의 견기가 등소평사후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미리 방지할수 있고, 중국 국민을 단결시킬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되어서는 3월23일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선거가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중국의 희망대로 대만의 독립을 주창하는 정치세력이
대만의 유권자로부터 외면 당할 경우, 중국은 향후 대만문제에 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며, 이전의 대화공세를 강화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중국은 지속적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만측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즉, 군사적 수단을 외교적 목표달성을 위해 계속 사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적 비난의 강도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을수
있으나, 대만문제는 하나의 중국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중국의 외교원칙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군부의 입장을 감안할때, 향후
강택민체제의 안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중국으로서는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대만 해협의 긴장관계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