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 고대 국제대학원장 >

얼마전 스위스의 IM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
Davelopment)가 발표한 "95년도 세계주요국의 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이 된 48개 국가중에서 24위를 마크했다.

94년에도 한국은 41개국중 같은 24위에 이치했었다.

IMD가 규정한 세계경쟁력이란 세계시장에서 다른 경쟁국들보다 더 많은
부를 산출해내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러한 경쟁력 측정을 위해서 IMD는 경제관련자료뿐만 아니라 정치, 교육,
사회간접자본, 국민들의 가치관 규범, 행정시스템등과 관련된 기존 자료에다
130개에 달하는 실사자료를 가지고 <>국내경제력 <>정부 <>국제화 <>경영
관리 <>금융 <>사회간접자본 <>과학.기술 <>국민등 8개 항목을 조사해
경쟁력을 평가했다.

미국은 94년에 이어 종합순위가 1위이고 싱가포르도 94년과 같은 2위
일본은 3위에서 4위로 내렸으나 대만은 18위에서 11위로 경쟁력이 상승했다.

반면 한국과 스페인은 94년과 똑같은 24위와 25위를 각각 차지했다.

8개항목별로 한국의 경쟁력 순위를 보면 <>국내경제력 6위 <>과학.기술
15위 <>국민 21위 <>정부 24위 <>경영.관리 25위 <>금융 30위 <>사회간접
자본 30위<>국제화수준 34위를 각각 나타냈다.

이 보고서는 95년에도 한국은 시장개방의 속도가 느리고 외국인 취업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높은 자본비용, 금융산업의 비자율성, 정부의 간접및
규제과다, 공정경쟁왜곡, 관료주의 팽배, 사회간접자본부족, 기술혁신부진
등의 국제경쟁력 제한요인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국내외 기업환경
이나 경제환경은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기업의 투자마인드와 사업의욕을 붇돋우어 주어야 할 시점인데도
국내기업환경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비자금사건으로 일부 대그룹의 회장들이 검찰에서 2~4년내외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서 불안해 하고 있다.

하루빨리 기업인들에게 사업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대통령에게 직소할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산.관협력체재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사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넋두리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둘째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급증이 말해 주는 5고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임금, 고금리, 고원화, 고규제, 고물가로 특징지어지는 5고를 피하기위해
많은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국은행발표에 따르면 95년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총 1,122건의 투자
건수가 승인돼 27억1,000만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해외투자가 허용된 시점부터 95년 11월30일까지 누계를 보면 건수로는
5,175건 금액으로는 99억5,600만달러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졌다.

국내의 5고현상을 피해 해외로 계속 나간다면 국내제조업뿐만 아니라
국내산업전반에 걸쳐 공동화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무역적자가 올해들어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는 심상치 않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년초에 올해 한해동안의 무역적자가 69억달러로 추산되었는데 금년 1~2월
두달동안의 무역적자가 무려 36억달러에 달해 이 추세로 나간다면 년말까지
적자폭은 200억달러까지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하루속히 시정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넷째 작년 국내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의 투자허용범위를 12%에서 15%로
끌어 올린데 이어 올해 다시 18%선으로 더 끌어 올리게 돼있는데 이렇게
되면 단기매매 차익을 노린 외국자본 유입증가로 인한 원화절상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원화절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무역수지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뿐만
아니라 외환인프레의 위험도 높아질수 있으며 우리경제에 대한 외국의
신용도가 저하될 위험성이 있다.

다섯째 국내금리를 국제금리수준으로 안정시키지 않은채 자본자유화나
외환자유화를 너무 서두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국내금리가 외국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에서 OECD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시장 자본시장 외환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 시키면 외자유입증대
<>원화절상 <>무역수지악화 <>외환인프레 가속화라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섯째 급속한 외채증가현상이 걱정스럽다.

작년말현재 우리나라 외채는 780억달러에 이르렀는데 외국증권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조달한 돈도 9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외채증가추세를 이대로 방치하면 곧 1,000억불 외채시대가 올수도 있다.

일곱째 작년말 국내저축률이 35%에서 29%로 떨어진 것은 과소비풍조와
저축심리의 위축때문인데 국내 저축률이 떨어지면 외채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짐으로 국내저축률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 펴나가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수출증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기술력.생산성의 제고와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등 실물경제의 확대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정치안정.사회안정도 함께 실현해 경제의 질적 발전을 계속 도모해야 한다.

금융.외환.자본시장의 완전개방때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정치불안이나 사회불안으로 치명상을 입기 쉬우므로 너무 성급한 자유화.
개방화는 위험하다.

정부당국은 이점을 참작해서 정책조율을 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