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인접권보호 문제가 세계적인 통상분쟁의 불씨로 떠올랐다.

저작인접권은 음반제작회사와 연주가등 2차적으로 저작행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보호권리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 저작인접권의 국제기준 위반문제를 놓고 일본을
도마위에 올렸다.

일본을 저작인접권 위반국가로 우선 단죄한뒤 일본과 유사한 관례를 일삼는
국가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분쟁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9일 일본이 음반소프트웨어 저작인접권의 소급보호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본부에 제소했다.

이에따라 미일양국이 앞으로 60일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WTO는 이
문제를 다룰 분쟁조정기구를 설치, 최종판결을 내려야 한다.

미국측은 제소사유서에서 "저작인접권은 50년전까지 소급보호하도록 국제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25년까지만 소급해 지난 71년
이후의 음반물에 대해서만 저작인접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미키 캔터USTR대표는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대중
음악의 황금기였던 50~60년대의 음반물들이 일본에서 불법복제돼 팔리고
있다"면서 "수차례 일본측에 이 문제의 시정을 요청했으나 일본측의 거부로
결국 WTO에 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양국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의제로 취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측의 제소방침이 발표되자마자 EU집행위도 "앞으로 2주일이내에 일본
당국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을 경우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터 길포드 EU집행위대변인은 "오는 3월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릴 예정인
EU.아세안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이외의 아세안회원국에 대해서도 저작인접권
의 보호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일본측은 "미국과 EU가 WTO협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제소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일문부성의 한 관리는 일본이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한뒤 "WTO협정에는 저작인접권을 소급보호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지 구체적인 소급기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91년 지적재산권법을 개정, 저작인접권의 소급보호
기간을 3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