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순위 18위인 굴지의 건설업체 우성건설의 부도사건은 국내 건설업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총여신규모가 57개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1조2,000억원에 이르고 직접적인
거래관계를 가지고 있는 업체 760개와 자재거래업체 450개를 포함하여
직.간접 관련업체의 수가 2,000여개에 달하며 1만6,000가구분의 주택을
시공중인 대기업이 끝내 부도처리된 것이다.

도산한 우성건설 부실경영의 책임은 1차적으로 기업과 경영주에 있다.

그러나 주택건설업계의 심각한 경영난과 연쇄도산위기는 비단 업계의
방만.부실경영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전국적으로 16만여가구의 미분양 아파트에 5조원에 달하는 거액자금이
묶인채 고전하고있는 오늘의 주택건설업계의 어려움은 부동산 불경기의
탓도 있지만 경직된 정부의 주택관련정책에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어쨌든 정부가 이번에 우성건설을 부도처리한데에는 몇가지 주목할만한
방침을 읽을 수 있다.

첫째, 자력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선 무한정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성건설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두차례에 걸쳐 2,000억원이 넘는 협조
융자가 있었음에도 자금난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더 이상 담보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융자를 계속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 제3자 인수의 경우 인수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수기업에도 자기자금과 자기책임하에 인수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부도처리의 후유증이 최소화되도록 거래업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며 분양 계약자들은 최대한 보호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즉 산업은 보호하되 부실기업은 보호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막대한 충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우성건설의 부도처리를 통해 세워진 "기업
책임의 원칙"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로에 선 주택건설업계가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금융지원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파트분양가 통제, 지역별로 할당된 국민주택(18평이하)의무비율,
택지매입후 3년이내 분양을 종용하는 택지매입제도등의 정부규제를 획기적
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관련행정이 이제는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지공개념과 부동산실명제 금융실명제가 정착돼가는 상황에선 이 땅에서
더 이상 투기가 발붙일수 없게 되므로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계속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우리 주택건설업계는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외국 건설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택건설업계는 나라 안팎의 경쟁 도전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사부품을
단순.규격.전문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주택건설업계가 기획 설계 시공 감리등의 체계를 재정비하고
종합건설회사로서의 재편성이 필수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 경제가 성숙된 시장경제로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와 함께 기업의 자기책임도 전례없이 대폭 높아졌음을
우성건설 부도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할것이다.

배성휘 < 서초구 서초3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