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검찰출두를 계기로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조성관련 기업체에 대한 검찰수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시중에서 소환대상기업명단이 구체적으로 나돌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검찰관계자들은 노전대통령 비자금조성사건관련 기업수사내용이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질 경우 해당기업들의 이미지와 영업활동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아래 보안유지에 신경을 쓰면서
입조심을 하는 모습이다.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오후3시 대검청사에 나타나 포토라인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는 동안 취재진들이 "실명전환된 자금의 규모"와 "실명전환을
중간에서 주선한 사람"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으나 시종 묵묵부답.

정회장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 91년 수서사건때 검찰에 출두했을때의 행동과
전혀 달라짐이 없는 것으로 고위층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는 그의
평소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

검찰관계자는 "정회장은 자신의 비리와 관련된 공무원에 대해 끝까지
비밀을 지킨다"며 "이같은 처세술이 한보그룹을 재계 18위의 재벌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었다"며 이번 검찰소환에서도 이같은 스타일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

<>.지난 89년 5공 비리사건 수사당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바 있는
정총회장은 이번 6공 비자금사건 관련, 소환조사까지 합하면 모두 네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셈.

정총회장은 지난 89년 5공비리 수사때 당시 이모의원에게 기업경영과 관련
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대검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데 이어 90년
8월 윤승식 전광업진흥공사사장의 광산업체 융자비리사건, 91년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사건때 정관계에 로비를 한 혐의로 소환되는 등 검찰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악연.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정총회장의 한보그룹이 6공당시 정관계 요로에
비자금을 제공하는 등 로비를 통해 급성장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번 소환으로 인해 정총회장이 ''비리와 의혹사건'' 관련 대표적 기업이
됐다"고 한마디씩.

<>.검찰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검찰 소환 대상 기업의 명단이 보도된
것과 관련, "기업인 조사에 대해서는 언제, 누구를 불러서 무엇을
조사할지 전혀 말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

안강민 중수부장은 "아직 소환할 기업에 대한 기준조차 정해진 바
없다"면서 "검찰이 발표한 것 외에 언론이 자의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언론이 기업체 명단을 거명하는 것에
대해 불쾌한 반응.

안 중수부장은 "기업체 명단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검찰의 기밀이
누설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에 보도된 명단을 보니
검찰에서 나간 것은 아닌것 같다"고 조크.

<>.노태우전대통령의 측근인 정해창씨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실명전환 기업은 한보와 대우뿐이며 이들 기업의 실명전환액수가
각각 5백억원과 3백억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 검찰은 "액수가 틀리며
정씨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단정.

검찰 고위 관계자는 "노씨측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이들 두개 기업이
실명전환해 준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 액수는 정씨가 말한 것과
다르다"면서 "또한 이 소명자료 자체를 검찰이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 액수에 대해 명확히 말할 수 없다"고 설명.

<>.안강민 중수부장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총액을 자금추적을 통해 모두 확인하겠다고 강한 수사의사를 밝히면서도
"최대한 노력은 하겠으나 과연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

안부장은 "노씨의 비자금을 대부분 찾아낼 수는 있겠으나 아주 구석에
숨어있는 자그마한 계좌까지 모두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게다가
상당한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

안부장은 그러나 "그러면 당초와는 달리 모두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냐"라고 기자들이 묻자 "계좌추적이 기술상 어렵다는 것이지 비자금
총액을 정확하게 모두 밝혀내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강조.

<>.검찰은 이종찬의원이 이현우 전경호실장의 검찰진술을 언급한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

안중수부장은 이전실장이 검찰에서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노씨보다는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훨씬 깨끗하다"고 진술했다고 이의원이 주장했다고
한데 대해 한마디로 "거짓말"이라고 일축.

<>.검찰은 노씨측에서 제출한 소명자료와 11개 예금통장의 잔액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인 결과 1천8백57억원의 잔액이 정확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

검찰 관게나는 "잔액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인 결과 통장과 소명자료에
나타난 금액이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러나 노씨측이
이 자료들을 제출할 때 금액을 맞춰서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당초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나타나는
실제 조성액및 잔액"이라며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

< 윤성민.한은래.송진흡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