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핀란드 노키아가 세계2위의 휴대용전화기메이커로
급성장한 것은 지난 3년간에 걸친 계열사정리의 결과였다.

1백30년전 목재사업으로 출발한 이회사는 한때 화장지에서 타이어 가전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 90,91 2년간 1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내는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92년 조르마 올릴라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후 노키아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직후 노키아그룹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최대
요인으로 "사업다각화에 따른 지나친 비대화"를 꼽았다.

올릴라회장은 즉시 정보통신시스템 휴대용전화기 통신관련전자및 전선분야
등 3개부문을 제회한 비주력업종을 과감히 매각했다.

비핵심계열사를 처분한 돈으로 통신및 전자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
였다.

취임첫해에 제지사업을 포기한후 연이어 알루미늄 타이어부문을 처분했다.

지금은 가전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대상업체를 물색중이다.

이결과 노키아는 세계휴대용전화시장에서 점유율이 20%로 급상승, 미
모토롤라에 이어 2위업체로 부상하고 통신장비분야에서도 톱랭킹에
올라섰다.

지난해 세전이익은 전년대비 2백50% 급증하고 올상반기에도 50%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92년이후 무려 20배이상으로 뛰었다.

기업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화시대에 대응, 비주력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전념하는 전략이 노키아를 현위치로 끌어올린 것이다.

노키아처럼 유럽기업들은 세계화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주력분야의
주머니를 두둑히 해야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력분야집중은 곧 비주력사업에 대한 가지치기작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효과를 노리는 매수합병이 유럽기업들의 생존전략
인 것처럼 자신있는 분야에 전력을 투구하기 위한 곁가지치기도 또 하나의
생존전략이다.

매수합병이 같은 업종의 기업들간에 이루어지는 확대전략이듯 가지치기도
본연의 사업을 확대.전문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급속한 시장개방화가 유럽기업들로 하여금 가지치기작업을 벌이도록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지금은 국내시장이 해외에 완전 개방되는 시장의 무국경화시대이자 업종간
의 장벽이 낮아지거나 사라지는 업종의 개방화시대이다.

세계화시대와 같은 말인 시장의 무국경화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함께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경쟁과 개방을 모토로 하는 WTO체제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적자생존의 논리를 기업들에게 강요한다.

업종들간의 인위적인 장벽이 제거되는 업종개방화추세도 최고의 기업만을
요구하고 있다.

독과점시장으로 존재해오던 유럽통신시장이 오는 98년부터는 완전 자유화돼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통신시장에 뛰어들수 있게 된다.

이는 업종개방화의 대표적인 예다.

업종개방화로 파이(시장크기)는 그대로인데 파이를 먹으려는 기업들은
크게 늘어나 무한경쟁을 초래한다.

시장의 무국경화와 업종개방화는 격화되는 경쟁속에서 2류는 도태될수밖에
없다.

일류만이 생존할수 있는 무한경쟁에서 일류가 될수 있는 길은 자신있는
분야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유럽기업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쟁력이 약하고 이익도 나지 않은 비주력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다.

가지지치기는 통신분야의 노키아외에도 자동차 항공 석유분야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 볼보그룹과 독일의 다임러벤츠그룹은 금융 양조 전선사업등 자동차
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문을 매각하거나 매각을 검토중이다.

영국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은 식품사업에서 손을 떼고 주력분야인 석유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유럽기업들의 계열사정리 작업은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제스처가 아니다.

여신관리규제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에 간섭하는 정부도 없으나 유럽
기업들은 장기적인 생존전략에서 스스로 사업구조를 끊임없이 재편해 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