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사면 PC를 끼워줍니다" 1~2년전 소프트웨어 유통업체가
내건 광고문안이다.

업무용 소프트웨어나 멀티미디어 제작도구 소프트웨어를 사면 486PC
한대를 공짜로 주겠다는 발상이었다.

최근 국내 공급되고 있는 PC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PC에 소프트웨어를
끼워주는 것인지 소프트웨어에 PC를 덤으로 주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본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주변장치들이 늘었다.

PC 보너스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국내에 PC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가 1백만원 이상의
소프트웨어와 멀티미디어 주변장치들을 PC에 얹어준다.

PC만 튼튼하게 잘 만들면 되던 시절은 지났고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PC가 승리하는 시대가 됐다.

세계 각국의 PC제조업체들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PC의 보급확대와 함께
다양해진 사용자들의 요구를 제품기획과 생산에 반영하는 일이다.

특히 국내 사용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다.

항상 강력한 성능의 CPU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최신의 제품을
선호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현지에서 인텔이 새로운 칩을 발표하면 곧장
국내업체들이 이 칩을 탑재한 PC를 생산,공급할 수 있기를 바란다.

386이후 이같은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은 변한 적이 없다.

펜티엄 오류파동이후 펜티엄PC 보급이 잠깐 주춤했던 것이 단 한번의
예외였다.

멀티미디어 PC의 급격한 확대도 이같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92년부터 CPU생산업체 PC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연합해 멀티미디어 PC와 홈PC를 부각시켰다.

당시 미국은 일반기업들의 업무용PC 대체시기가 지나 PC시장이 주기적
불황으로 접어들었다.

관련업체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PC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2년후에나 멀티 PC를 손끝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특별히 자신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모든 기능이
다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

이같은 성향은 PC업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공짜로 끼워주는 것을 많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90년초만 하더라도 국내 공급PC들은 대부분 도스라는 운영체제와
문서작성프로그램등 간단한 몇가지 소프트웨어만을 기본 제공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기능이 한데 통합돼야 하는 "올 인 원"(All in One)의
시대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멀티미디어PC등은 기본적으로 10여종 이상의
CD롬 타이틀을 소비자들에게 덤으로 준다.

삼보컴퓨터는 기본 CD 타이틀만 14개에 이르며 여기에 도스 윈도등
운영체제와 워드프로세서를 제공한다.

이같은 CD타이틀은 일반 시중판매가는 2만원선으로 사용자들은 프로그램만
40~50만원어치 정도를 얻는다.

LG전자는 12종의 CD롬 타이틀과 워드프로세서 멀티미디어 운용및 제작도구
프로그램 교육용 프로그램들을 심포니홈에 끼워준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넷등 각종 PC통신 사용권, 원격AS소프트웨어,
윈도95무상교환권, CD롬 타이틀 교환권등 사용자들을 유혹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기본제공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이같은 소프트웨어를 일반 유통매장에서 구입하려면
오히려 PC가격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국내 진출한 외산PC업체들이 제일 먼저 당황하는 것이 이같은 국내
소비자들의 고급기종 선호와 한없이 높아져있는 기대수준이다.

대부분 외산PC업체들은 아시아태평양지역국가를 대상으로 한 일괄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각종 PC에 대한 기본사양등을 아태지역본부에서
결정한다.

국내 시장환경에 맞게 PC의 사양을 독자적으로 정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기타 아시아 국가와 다른 이같은 소비환경의 차이가 그동안 외산PC업체들의
국내진입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외산PC업체들은 국내생산조립 한국지사의 독자적인 제품사양
결정권한확보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필요하다면 국내 업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부가장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외산업체들의 움직임은 가격경쟁과 함께 덤주기 보너스 경쟁이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