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노 <한국프라스틱조합 이사장>

정부는 지난 2월초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로써 매장면적이 2백 (60평)이상인 영업장은 생선등 일부품목을 제외한
제품을 판매할때 합성수지제 봉투를 사용할수 없게됐다.

당시 정부의 법개정 취지는 환경보호에 있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매장을 운영하는 당사자들이 종이봉투사용 캠패인에 앞장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점점 종이봉투를 기피하고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매장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한다.

종이봉투의 사용으로 전량수입에 의존하고있는 펄프값은 무한정 올랐고
유통업계에서는 종이봉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웃돈을 들이기까지 한다.

그 결과 포장비용이 비닐봉투를 사용할때보다 5배나 오르게 됐다.

결국 소비자의부담만 늘어났다.

플라스틱업계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여있다.

신문용지가격 급상승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일부에서는 종이사용이 더욱 환경파괴적이라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런만큼 정부가 환경보호라는 이름을 걸고 전격 시행한
비닐봉투사용금지 조치가 환경보호라는 당초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했는
지 그리고 나아가 국민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되짚어보아야
할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합성수지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봉투 사용을
권장한 정부의 정책은 한마디로 정부의 대표적인 졸속행정의 소산이다.

우선 합성수지봉투가 환경을 더욱 파괴한다는 사실을 근거가 없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대 마틴 B.호킹교수가 최근 발표한 "합성수지봉투와
종이봉투의 환경성비교"자료에 의하면 생산과정에서 에너지사용 대기오염
배출 폐수발생등 모든 측면에서 합성수지가 환경을 더많이 오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것이 환경에 해로운 가는 해당제품의 생산에서 수명을 다할 때까지의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ment)를 거친후 평가되어야 한다.

종이생산은 산림훼손을 비롯해 수자원오염 공해오염등 막대한 환경파괴를
유발해 오히려 합성수지의 경우보다 환경파괴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펄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종이봉투의 사용은 펄프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의 환경정책은 단순규제 일변도이다.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무조건 사용규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비닐봉투는 폴리에틸렌으로 돼있어 1백% 재생가능하다.

재질분류를 표시해분리수거한 후 폴리에틸렌등 제품별로 구분재생하거나
복합재질 제품으로 생산하면 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최근 일본 통상성은 "일본의 폐프라스틱21세기 비젼"을 발표,현재
재활용율 26% 단순소각3 7% 매립 37%로 돼있는 폐프라스틱 처리를
21세기초까지 재활용비율을 90%까지 올린다는계획을 세워놓고있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분해성비닐봉투를 사용하거나 가정에서 분리수거해
재활용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림자원을 비롯해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서금속이나 나무목재등의 대체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프라스틱을 사용규제하는것은 환경보호라는 당초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뿐이다.

합성수지봉투규제조치 이후 전국의 2천여 프라스틱 중소업체는 도산에
직면해 있다.

기존 설비를 모두 파기할 경우 2천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정부가 특정제품에 대해 사용규제를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정부의 비합리적인 정책으로 아무 죄없이 묵묵히 일해온 중소기업들만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정부는 합성수지가 산림자원을 보호할수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아래 사용규제조치를 조속히 해제하고 또하나의 자원인 폐프라스틱이
유효하게 활용할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