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나라 건축관련법규가
까다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공사착공에서 준공,등기에 이르기까지 건축관련법규가 수백가지인데다
법규의 적용도 여러 법령에 광범위하게 걸쳐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사실상 집을 짓기가 불가능하다.

또 공사에 따른 민원도 골치아픈 난제로 등장한다.

지난 93년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에다 지하1층 지상3층의 근린생활시설을
지은 남상익씨(54)는 공사로 인한 민원을 피하기 위해 조립식주택으로
건물을 완공했다.

남씨의 경우 해당부동산의 부지면적이 27평에 불과한 자투리땅이라
개발자체가 어려웠다.

개발을 하더라도 바닥면적이 11~13평에 지나지 않아 주택으로 부적합하고
상업시설을 유치하더라도 영업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남씨는 조립식건물의 독특한 외형을 이용하고 입주업종을 한업종
으로 통일한 테마형건물을 지어 부동산개발에 성공했다.

남씨가 이러한 자투리땅을 개발키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93년초께.

원래 이곳에는 남씨가 전세를 준, 지은지 31년이나 되는 1층 단독주택이
자리잡고있어 개축이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개축에 어려움도 많고 개축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개발을 차일피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사업관계로 일본을 자주 드나들던 남씨는 도심주택가 20여평 안팎의
자투리땅에다 철골과 아연도강판을 사용해 조립식주택을 지은 것을 발견
하게 됐다.

이러한 주택은 지하를 얕게 굴착해도 건축이 가능해 민원의 소지를 크게
줄일수 있고 건축기간도 빨라 사업에 바쁜 남씨로서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았다.

공사는 93년 4월에 시작해 3개월만인 7월에 준공됐다.

50%의 건폐율과 137%의 용적율이 각각 적용됐다.

공사는 마무리했지만 부지가 워낙 작아 임대업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곳이 신촌상권의 후미진 이면도로에 위치, 근린생활시설의
장점도 살리기 힘들었다.

결국 남씨가 생각하게 된 것은 비슷한 업종을 모아 테마형으로 기획하는
것이었다.

테마형건축물은 업종이 모여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발휘, 임대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권내 수요가 많은 업종이면서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및
광고계통을 대상으로 마케팅전략을 수립했다.

지하1층(18평)은 전세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에 광고회사사무실로,
지상1층(13평)은 전세보증금 2,000만원 월세 80만원에 간판업자사무실로
각각 임대했다.

또 지상2층(13평)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에 디자인사무실로,
지상3층(11평)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0만원에 광고기획사무실로 각각
활용토록했다.

수익은 전세보증금 8,000원과 월세 210만원인데 월세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면 5,500만원이돼 전체임대보증금은 1억3,000만원이 된다.

남씨의 개발이익은 총공사비 1억2,000만원을 제외하면 모두 1,000만원가량
나온다.

그러나 이건물이 사업성이 없는 자투리땅임을 감안하면 이익이 나온다는
자체가 성공인 셈이다.

< 김태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