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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학회 산업노동연구회는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총의 후원으로
지난 19일과 20일 이틀동안 강원도 원주자연휴양림에서 ''협력적 노사관계
그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95년도 하계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심포지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의 장애요인들, 참여적
노사관계모델구축을 위한 시론, 기업조직과 협동윤리, 우리나라 노사
협력실태조사 분석및 과제와 전망, 유연적 생산조직방안 연구등 5가지
과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조연설과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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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동 <서울대교수/사회학>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관계"의 성격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사회의 구조적 특성,조직원리,정치경제적 구조,문화적 전통,역사적
배경등 많은 요인들을 거론할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에 대한 당사자들의 "상호주의적 인식"이 그들이
참여하는 상호작용자체의 성격을 좌우한다는 이론은 적어도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못했다.

따라서 눈앞에 닥쳐온 21세기의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인식의 대전환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시대적 도전임을 강조하고자
세가지 이론적 관점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지향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1940년대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모톤 도이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협동적"인 것으로 보는가,"경쟁적"인 것으로 보는가하는 인식에
따라 그들의 상호작용이 달라진다는 이론을 제시하였고 그후로 많은
실험과 조사연구는 이같은 이론을 충분히 뒷받침해왔다.

협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호작용에서는 상대방과 자신의 목표달성이
서로 보완적이라고 믿기때문에 상대방의 성공을 위해 도와주려하는데,이는
"이타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협력적 태도가 각자의 이익증진에
유리하다는 판단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쟁적 관계로 인식하는 상호작용아래서는 불신이 생기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며 곧잘 과격한 갈등으로 치닫게 된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협동적인 것으로 보느냐,경쟁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노사간 상호작용의 특성이 충분히 달라질수있다.

둘째 최근 경영학에서는 "교환적 선택 불필요"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품질과 원가,임금과 이윤,안전과 이윤,환경과 기업등은 서로
양립할수 없으므로 그중 하나를 희생해야한다는 "교환적 선택"의
이론은 그 자체가 잘못된 패러다임에 입각하고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측의 임금요구는 곧 기업측이 손해"라는 관념을
떨쳐버리고 진실로 노사협력과 기업경영혁신에 임한다면 고임금
고생산성 고품질 고이윤등의 다중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동방사상의 음양변증법에 따르면 "음"과 "양"의 관계는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상대적인 관계이며,서로가 반대지만 상호보완적이고
호혜적인 대대적(대대적)관계이고 음양의 상호작용으로 우주 삼라만상이
생성 발전 변화하는 관계이다.

노사관계도 일종의 음양관계로 인식할때 상호간에 모순적인 면만을
강조하여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로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새로운
노사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지금까지 잘못된 전통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얽매여 이같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한 전통적 요소들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권위주의적 조직원리,지위및
권력지향성,경쟁원리,평준화의식,정실주의,가족주의적 집합주의,눈치에
의한 결정행위등을 들수있다.

결국 21세기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고자 할때 시급한 도전은
지금까지의 노사관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그 자체라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