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증권산업개편안은 국내자본시장의 선진화를 향해 일보전진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이번 개편안은 투신업의 보호장벽을 허물고 본격적인 경쟁체제
를 도입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적게는 20여개의 투신사들이 수익률게임에 돌입함으로써 증권산업의 일대
성장과 발전이 기대된다.

80년대초 일본투신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과시하면서 은행등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의 예탁자금을 빨아들임으로써 도쿄증시가 일대도약을 했던 경험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국내증시의 기관화가 촉진될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등의 기관비중이 80%선을 웃돌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증시는
아직 30%선에 머물고 있는 것이 그러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정부가 개편안에서 지적했듯이 증권제도는 현재 세계적으로 형태와 내용이
서로 닮아가는 정합성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사후관리감독과 소비자인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증권산업개편은 이러한 세계화의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신증권정책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투신사의 신설및 전환과 관련된 사전적인 진입장벽
을 마련하면서도 사후관리감독과 이해당사자의 한쪽인 투자자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국내증시의 개방과 관련, 97년부터 외국투신사들의 국내진출이 허용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편안으로 출범하는 신설투신사들이 투신업에
적응하고 대외개방을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외국투신사들은 국내투신업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갖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외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외국투신사와의
합작가능성을 이번 개편안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가 카드 리스등 새로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백화점식경영으로 오히려 증권사의 경영부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선진국들이 허용하고 있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라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다.

양호철동서증권부사장은 "투신업개방정도까지는 현행제도로도 시장이
돌아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증권산업개편에는 지주회사제도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면서 미리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공시제도와 내부자거래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연2회 실시하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경영실적공시를 분기별로 연4회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한 예이다.

공시제도의 강화는 해당기업에 새로운 비용부담을 안기겠지만 기업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불식시키고 내부자거래의 소지를 없앰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사실상 만연돼 있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작전등을 통한
부정한 이익을 뿌리뽑음으로써 건전한 시장의 발전과 증권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선결요건일 것이다.

<이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