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가 고속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산업연구원(KIET)이 오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광복 50주년 기념사업
으로 갖는 국제확술대회에서 이같은 주제를 놓고 국내외석학들이 논리대결을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한국산업발전의 정치경제학".

최대의 관심은 미스탠포드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와 미MIT대학의 앨리스
암스덴교수가 벌일 한판의 설전이 될 것같다.

한국에도 이론과 저서가 널리 알려져 있는 이들 두석학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배경에 대해 그동안 현격한 의견차이를 보여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뜨거운 논리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두사람이 벌이는 논리대결의 장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크루그만교수는 경제성장의 원동력과 관련,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는 대표적
학자의 한사람이다.

반면 암스덴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정부의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의 근간이 됐다는 논리를 암스덴
교수가 펴온 반면 크루그만교수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룰수 있었을뿐이라며 산업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저서와 논문으로 이론대결을 벌였다.

크루그만 교수는 94년말포린어페어스지에 게재한 논문 "아시아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고속성장을 허구라고 비난
했다.

논리는 이렇다.

동아시아고속성장은 기술진보(요소생산상의 증가)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요소투입량(노동 자본등)의 증가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을 늘릴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에 성장도 가능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요소투입량을 무한정 늘릴수 없는 만큼 동아시아의 성장은
지속될수 없고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크루그만교수는 이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국가의 고속성장을 초기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성장에 비유하고 사회주의국가의 경제성장이 정체
됐듯이 동아시아국가 성장도 곧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산업정책도 그다시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암스덴교수는 이에대해 반해 그의 저서 "아시아의 다음 거인:한국과 후기
산업화"를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산업발전정책이 한국경제성장
의 동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객관적인 성과기준에 의한 지원정책을 유효적절히 사용했고
특히 수출을 지원의 성과기준으로 채택, 수출이 한국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
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암스덴교수는 한국이 성공적으로 중간기술시장에 진입해 후기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고 부연했다.

동아시아경제성장배경에 대해서는 이들 두석학처럼 정부의 역할, 즉 산업
정책의 효용성에 대해 극단의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시의적절하고 선별적인 정책으로 시장기능이 높아졌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이뤄져 성장이 가능했다는 절충론이 많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발표자인 서강대학교의 김수용교수와 중앙대학교의
안충영교수도 평소 크루그만교수의 주장을 통렬히 비판해 왔다.

이들 교수는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이 확실한 실증분석에 의해서 지지될수
없다고 반박하고 크루그만교수 주장과 달리 기술진보가 한국경제성장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의 이규억원장은 지난 30여년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기적을 재조명해보고 향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제 1회의에서는 사공 일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주재로 크루그만교수
가 "아시아국가들의 성장교훈은 무엇인가"를, 김수용교수가 "동아시아경제의
성공:기적인가 신화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연세대학교의 정창영교수,
고려대학교의 남종현교수등이 토론을 벌이게 된다.

제2회의에서는 박영철한국금융연구원원장주재로 암스덴교수가 "동아시아의
후기산업화"를, 안충영교수가 "한국의 급속한 산업발전과정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추세와 전망"이라는 주제를 발표하고 세계은행의 존 페이지
동경대학의 식초익교수 박운서통상산업부차관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크루그만교수나 암스덴교수의 주장이 상반되는데다 토론에 참여하는
국내외석학들도 나름대로 의견을 펼칠 것으로 것으로 보여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경제성장배경을 새롭게 정리할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