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연세대교수/경제학>

조세부담의 형평,지가안정,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는 지난 50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조세
중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세이다.

1989년의 입법단계에서부터 정부정책에 대해 중립적인 전문가들은
토초세가 여러가지 법리적 결함을 지니고 있으며,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부작용이 많은 제도임을 지적해왔다.

또한 미실현이득의 과세에 따른 시행상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부는 토초세에 대한 비판의 소리에 귀를 막을 수는 있었으나 토초세의
구조적 모순에 기인하는 폐단을 막을 수는 없었다.

93년에 처음으로 3년주기의 정기과세를 위한 토초세부과 예정통지서가
발부되자 과세대상으로 예정된 24만여 필지의 92%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하여 납세자들이 이의를 신청해 일선 내무행정과 세무행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유휴토지 판정기준을 완화하고 공시지가를 소급조정하는
등의 편법으로 과세대상을 9만4,000여 필지로 줄이고 세액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작년 7월29일 헌법재판소는 토초세가 형평의 원리에 맞지 않고,
양도소득세와의 중복과세문제가 있으며,지가의 등락에 따라 원본이
잠식될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토초세에 대하여 사실상의 위헌을
의미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고 그 적용을 전면 중단시켰다.

세법의 핵심적 내용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리고 법적용이 전면으로
중단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헌법불합치결정을 계기로 토초세의 존폐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이미
세금을 납부했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구제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94년말 토초세법을 개정,단일세율을 누진세율로 바꾸고
중복과세를 완화하며 유휴지의 판정기준을 일부 수정하였다.

그러나 유휴지는 곧 낭비되고있는 토지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유휴지에만
한정하여 미실현이득을 과세하는 토초세의 골격을 유지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였으며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도 충실하게 살릴
수 없었다.

토초세법의 개정에는 입법기술상의 중대한 실수도 있었다.

93년 이후에 발생한 초과이득에 대해서만 개정법을 적용하게 하면서
90~92년에 발생한 초과이득에 대해서는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93년 이전에 발생한 초과이득에 관련된 소송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지난 7월27일 헌법재판소는 92년 이전의 초과이득에 대해서도 개정된
토초세법을 적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책담장자들은 헌법재판소가 토초세법에 대해 위헌판정을 내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형평성에 관한 한 토초세는 기존의
불공평성에 혹을 하나 더 붙인 격이 되었다.

토초세는 유휴지에만 부과되어 유휴지소유자와 비유휴지소유자,그리고
지가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유휴지소유자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 사이의 형펑을 해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토초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람은
위헌적인 구법에 따라 무거운 세금을 내고,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정부에
대항한 사람은 개정법의 적용을 받아 가벼운 세금을 내는 새로운 불공평이
야기됐다.

토초세는 형평성 외에도 지가안정과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휴지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입법목적과는 정반대로 유휴지판정을
피하기 위한 비효율적 토이용을 유발하며 단기적이나마 지가안정에
기여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도 심각한 문제다.

토초세는 입법목적을 당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훼손하면서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주며 트로이의 목마처럼 실효성있는 토지관련 조세정책이 들어설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지정책은 토지의 경제적 이용과 조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토지의 보유나 지가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에 과세함으로써 세수입을
확보하고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를 얻을수는 있다.

그러나 어떠한 조세도 세율을 지속적으로 높이지 않는한 장기적으로
지가를 안정시킬수는 없다.

토초세관련 정책담당자중에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개인적인 직관에
근거하여 토초세가 장기적인 지가안정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이론이나 경험적 증거는
없다.

우리나라의 토지관련 조세정책은 대폭 수정되어야한다.

무엇보다 입법목적과 모순될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저항,헌법불합치결정,
경과규정 누락에 따른 혼란과 불공평성,계속되는 위헌시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토초세는 폐지해야한다.

동시에 양도소득세는 정상적인 소득과세로 환원하고 토지보유에 대한
세부담을 높여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지가수준을 하향조정하여
국민경제의 자원배분을 개선하고 국제경쟁력과 분배의 형평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위헌적인 법으로 성실한 납세자들을 불공평하게 대접하고
재산권을 침해한 점을 사과하고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이들의 권익을
구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