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 서울지점의 지점장들이 한국인으로 바뀌고 있다.

지점개설때엔 당연히(?) 본사에서 파견한 외국인들이 지점장을 독식
하다시피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메릴린치가 위즈니위스키를 경질하고 남종원씨를
영입한 것을 비롯 뱅커스트러스트 강정원지점장,W.I.카 남상진지점장,
제임스케이플의 허만 정지점장등이 외국인을 대신해 지점장을 새로 맡았다.

바클레이즈 주진술지점장,씨티증권 알란 서지점장,워버그 이재창지점장등
개점때부터 지점장을 맡은 이들까지 합치면 외국인지점장은 이제 소수파가
됐다.

위즈니위스키지점장의 경우 우리증권현실에 맞지 않게 영업의 중심을
기업금융에 두는 바람에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국인 지점장들이 정부의 증권관련 규제나 개입이 많고 거래관행도
개인적 친분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톡특한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 부지점장이하 대부분 직원이 한국인들이어서 지점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한국사람 지점장이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선 지점장이 영업을 관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에 영업능력이 좋은 한국인이 외국사 서울지점후보 영순위로 거론된다.

베어링증권이 지난해 7월 다니엘 전지점장후임으로 역시 외국인인
가레쓰 에반스지점장을 임명한 것은 그래서 다소 예외적이다.

그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것에 불편해 한다는
후문이다.

서울지점직원의 남동생이 변을 당한 삼풍백화점사고현장에서 그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한국생활에 회의를 보였다고 한다.

에반스지점장은 드물게도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기술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출신.

엔지니어링회사에서 투자대상회사의 기술자문을 맡다가 거래처인 모건
그렌펠증권사로 옮기면서 증권계에 투신,일본지역 전자회사등 첨단기술업종
관련 기업분석가로 변신했다.

베어링사건이후 영업을 재개한 다음 약정고에서 경쟁사인 자딘 플레밍을
따라잡고 있다.

그렇더라도 본인이 한국생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외국인의
한국지점장 근무에는 관리나 영업능력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지점개설이후 한국에서 자리를 지키며 명성을 날리는 외국지점장도
없지 않다.

그 경우도 한국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적응한 사람에 한정된다.

자딘플레밍증권의 필립 스마일리지점장이 그 장본인.

필립 스마일리지점장은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는 탁월한 친화력을 지닌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영업에서도 때론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곤 하는 일부 외국사지점장들과
달리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로 일처리를 하는 편이다.

그의 장기분야는 브로커(위탁매매)업무지만 신규업무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스마일리지점장은 올초엔 한국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며 오랜 노총각신세를
청산,화제가 되기도 했다.

증권계에서는 현재같은 추세라면 외국인들이 맡고 있는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장이 모두 한국인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익률중심영업이나 조사분석능력의 중시등 우리 증권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외국증권사의 장점들을 약정드라이브에 익숙한
우리나라 출신지점장들이 말아먹을 수도 있다는 "기우"가 그것이다.

<정진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