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한은 통화금융과 조사역>

[[ 자본시장개방과 통화정책 <1> ]]

국가간의 자본이동은 해외증권을 매입하거나 장.단기 차관을 제공하는등의
간접투자와 타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현지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직접투자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본시장개방이라고 하면 이들 모두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완화 내지 철폐하는 것을 뜻하나 일반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외국인의
국내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자유화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자유화는 80년대 후반이후 단계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특히 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투자가 본격 허용된이래
투자한도가 점차 확대되어 왔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채권시장도
부분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최근 정부가 기존의 외환및 자본자유화 계획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외환제도개혁방안을 확정한데다 WTO(세계무역기구)가 공식 출범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도 예정되어 있어 이와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이 개방돼 저리의 외국자본이 유입되면 국내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기업의 자금조달및 투자기회가 확대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이점이 있지만 외국자본의 유출입이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 국내 금융및 외환시장에 혼란이 일어날수 있고 특히 통화정책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먼저 우리나라와 같이 국내금리가 외국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자본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외국자본이 대량 유입되어 원화환율의 절상을 가져오고
이에따라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외화를
매입하게 되면 과도한 통화증발로 인플레압력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외환시장 개입과 함께 통화안정을 위해 통화채 발행을 확대하는등
불태화정책( sterilization policy )을 취하는 경우 국내신용이 위축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는등의 어려움을 감수하여야 한다.

더욱이 자본자유화는 통상 외환및 금융자유화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통화 금리 환율 변수간의 연동관계가 보다 긴밀해지고 그 결과 이와같은
정책운용상의 제약은 한층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 국내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긴축을
실시하더라도 그에 따른 국내금리 상승이 해외자본의 유입을 유발하므로
통화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화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물가안정기반을
확립함으로써 국내경제의 수용태세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통화 금리
환율변수를 조화있게 운용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간접조절방식을 적극
활용하는등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능동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