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현 < 통산부 생활공업국장 >

"날로 악화되고 있는 섬유산업의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고 WTO(세계무역
기구)체제하에서 21세기 섬유산업을 재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섬유 노사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노력이 필수과제이다. 이에 우리 섬유 노사는 유기적인
협력과 참여에 의한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여 섬유산업을
재도약 시킬수 있도록..."

이는 지난 6월2일 거행된 섬유산업 노사화합 결의대회에서 서명된 결의문의
서문이다.

섬유산업을 담당하는 국장으로 정부를 대표하여 동 대회에 참석, 격려할
기회를 가진 필자로서는 지난 80년대 후반이후 지금까지 우리산업이 겪고
있는 노사 갈등이 이제 "노사 불이"라는 화합의 장으로 들어가는 서막을
보는듯한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이날의 키워드는 단연 "화합"과 "재도약"이었다.

노사 양측의 표정에서 다소라도 과장되거나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수
없었다.

오히려 차분함과 진지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섬유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되새겨 보는듯 했다.

섬유산업은 수출산업으로서 초기 경제발전을 주도했고 오늘날의 기계 전자
화학등 중화학공업을 있게한 모태산업이기도 하다.

아직도 고용과 수출에서 20%의 비중을 갖고 연1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첨단기술개발과 패션화를 통해 면모를 일신해 가며 발전을 거듭
할수 있는 생활문화산업이다.

이같이 자랑스러운 전통, 그리고 미래를 갖고 있는 섬유산업이 노사분쟁
으로 더 어려워진다면, 이는 노사 모두가 받아들일수 없는 일이 될것이다.

따라서 이날의 행사는 노사 모두에게 섬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높이는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업종단위로는 이날의 섬유 노사화합대회가 국내 최초이며 다른 업종의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것 같다.

이날 서명된 결의문을 읽으며 필자는 두가지 면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

첫째는 노사가 섬유산업에 관한 상황인식을 같이한 것이고, 둘째는 노사가
이같은 상황에서 섬유산업의 주체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의
일치를 본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금년들어 섬유산업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년은 WTO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무한경쟁시대가 열리는 원년이다.

세계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우리 섬유산업에도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우리의 주요 수출기반이었던 섬유쿼터제가 철폐되고 중국등 후발
개도국이 우리의 직접 경쟁상대로 등장, 고임금 구조하의 인력난도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정부는 향후 10여년간에 걸쳐 이루어 낼 섬유산업 장기비전을 다듬고 있다.

신섬유와 첨단염색가공기술의 개발, 자동화를 통한 인력난 극복및 생산성
향상, 패션산업육성을 통한 섬유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이를 통한 섬유수출 250억달러 달성, 세계5대 패션선진국에의 진입, 그러나
이같은 비전도 우리가 직면할 도전을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는 섬유산업의 양대주체인 사용자와 근로자의 의지와 실천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번에 노사양측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이겨낼수 없는 이른바 무한경쟁시대
가 도래함을 직시했다.

향후 10년간은 우리 섬유산업이 선진화로 가는 결정적인 길목이 될것이다.

힘을 합쳐 쟁취하느냐 아니면 뒤지느냐의 중대기로가 될것이다.

따라서 이번 노사화합 결의대회는 시기적으로나 내용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향후 10년의 섬유산업 비전을 설계하는데 큰 힘을 얻었다고
본다.

"노.사.정협력"으로 "개방화에 따른 무한경쟁"에 대처하자는 송수일 전국
섬유노련위원장의 제의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섬유산업이 우리의 산업발전에 원동력이 되었던 것처럼 노사화합에
있어서도 섬유업종에서 이룩한 이러한 화합분위기가 하루빨리 자동차 조선
기계등 전산업분야에 확산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