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모든 부동산에는 공시지가나 감정가 호가가 있다. 거래동향에 따른
시세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정가는 아니다.

부동산가격이란 공시지가나 시세와 관계없이 그 부동산 자체의 주변상황,
매도자와 매수자의 형편,관련정보의 유무,흥정요령등 지극히 개별적인
여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는 얘기다.

강남에 있는 35평 연립을 2억원에 샀다는 어떤이가 울상을 하고는
찾아온 적이 있었다.

사실인즉 같은날 평수도 층수도 똑같은 연립을 3,000만원이나 싼
1억7,000만원에 산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다.

억울할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난 뒤 하소연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동산거래에서 이런일은 다반사다.

문제는 왜, 어디서 그런 차이가 생기는가 하는 점이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시간의 완급이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이란 원래 재산으로서의 안정성과 투자효과면에서 다른 어떤
재테크방법보다 월등하게 좋지만 금전으로 환가를 할 경우 상대적인
약점이 있다.

정상거래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짧게는 3개월,길게는 6개월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바로 그 환금성의 단점이 실거래에서 한쪽에는 악재로,다른 한쪽에는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대체로 팔 사람의 상황이 급하게 되면 가격이 내려가고,반대로 살 사람
사정이 급하게 되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매도자가 부도위기에 몰려 한시가 급하게 자금동원을
해야될 판이라면 당초 호가가 시세의 20%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30~40%까지 하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매수자 입장에서 볼 때는 그같은 매물을 만나는게 행운이 아닐수 없다.

이런 가정도 해볼수 있다.

90평의 토지를 가진 사람이 그 바로 옆에 혹처럼 붙어있는 자투리땅
열평을 구입할 경우 자투리땅값은 싯가의 두배 세배가 될수도 있고
거꾸로 절반이하가 될수도 있다.

열평짜리 땅을 반드시 구입해야 건물한채를 생각대로 건축할수 있다거나
소유한 부동산이 제대로 가치를 발휘하게 될 상황이라면 전자, 90평
만으로도 충분한 효용가치가 있어서 그 열평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면 후자에 속한다.

상황여하에 따라서,이용가치 여하에 따라서,일반적으로 형성된 시세는
허물어지고 등락의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인게 부동산 가격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또한 매도자 매수자 쌍방의 판단착오나 정보부재에
의해서도 마치 놀이터의 시소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법이다.

예를들어 A라는 부동산이 주거지에서 상업지로 변할것이라는 장미빛
정보가 있다 치자.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흥정에 나서는 쪽보다는 정확히 알고 공략하는
쪽이 거래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실제로 최근 새로운 지하철 건설을 둘러싼 역세권등의 부동산 거래에서
그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개발전이나 개발초기,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취하려고 부동산을
판 매도자가 그 부동산의 미래가치, 즉 지하철이 완공되고 역이
들어서면서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될 가격을 뒤늦게 따져보고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같은 몇가지 가정과 사례들을 통해 도달할수 있는 결론은 부동산
가격이란 흥정하기 나름, 정가가 없다는 점이다.

바가지 요금이 있는가 하면 바겐세일이 있고 일반유통업체에서 요즘
자주 들먹이는 가격파괴도 있는 셈이다.

결국 누가 상대의 허점을 더 많이 아는가,앞으로의 가치에 대한 안목이
있는가 없는가,일시불인가 정상거래인가 등에 따라서 흥정의 주도권이
정해지고 무수한 변수가 부동산 가격을 천차만별로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쉽게 접근하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부동산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나 부동산에 관한 어려운 법률에 대한 강박관념은 관계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격흥정에 관심을 갖고 부단히
그 방법과 요령을 연구하는게 부동산거래에서 이기는 길이고 내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