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이 26일부터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갔다.

이기간동안 무라야마총리를 예방하고 하시모토 통산상과의 회담, NEC를
방문, 주일한국상사원들과도 만나는등 참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런데 뒷맛이 참 개운치 못하다.

박장관의 방일계획은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지않고 짜여진 인상이다.

방일며칠전에 도착시간이 변경됐고 체재일정도 다소 바뀌었다.

도착시간변경은 삼성자동차부산공장의 기공식에 참여한 때문이다.

기공식날짜라면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을 터인데 왜 갑작스런 계획변경의
원인이 됐는지 모를 일이다.

당초 만나려던 도요타 쇼이치로 경단련회장과의 면담도 일정에서 빠졌다.

이 면담은 첫날 오후5시30분 경단련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측은 도착시간이 변경된데다 장관이란 체면도 고려해 도요타
회장에게 호텔에까지 찾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요청은 도요타회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해 면담이 취소되는 결과가
됐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경단련과 도요타회장은 이번 일로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는 후담이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의 요인들이 경단련회장을 만났지만 면담을 요청한
측에서 숙소호텔까지 찾아와달라고 요청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협력확대를 위한 방문이 오히려 협력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경단련회장의 위치가 어느정도인지를 간과한 탓이다.

하시모토대장상과의 합의사항으로 내놓은 투자유치단파견문제도 그렇다.

한국측은 오는 6월 투자유치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에서는 한달
정도의 기간으로는 진정한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여 무안만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장관의 방일은 대단히 한국적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상대가 외국인이고 국제관계의 문제가 된다면 한번쯤 더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치 않나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