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진 동서경제연 책임연구원>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위기적 징후들은
결코 우연한 사건들이라 할수 없다.

전후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의 경제력이 현재 세계 GDP생산규모의
20%수준에 불과함에도 달러화는 여전히 세계기축통화 역활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의 위기는 세계경제시스템 내의 실물과 금융부문의
균형이 파괴된데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최근 달러급락의 도화선이 된 미국의 멕시코 금융지원은 중남미
경제가 미국 총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시장이라는 점에서 이제
미국은 자국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중남미 경제의 부담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2중의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은 다시 달러화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성과 신용을 파괴하면서 연쇄적인 달러가치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외자산 규모가 수조달러대에 달하는 일본
민간부문이 달러표시 통화자산을 매각하게 될 경우,또는 만약 엔화
환율이 단기간 80엔 혹은 그 이하로 하락할 경우 일본 산업계는
더 이상 대미 수출을 통해 이익을 획득할수 없다는 점이다.

이럴경우 미.일간 무역규모는 축소되고 현재의 세계경제시스템은
달러폭락사태와 함께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위기적 상황을 해결할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경제력과 미국달러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서 찾아야
하며 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있는 세계경제와 국제통화제도의
불균형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통화제도 개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각국간의 금융협조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은
보다 쉽게 선택할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있으나 그 효과가 의문시됨과
동시에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수 없다.

첫째 달러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단기적으로
달러 하락을 저지할수는 있으나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주가폭락과
중남미 외환위기를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중남미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자체의 경제기반 마저 와해시키는 부메랑효과를 초래할수 있다.

둘째 일본의 금리인하 조치는 현재 일본의 금리수준이 역사상 최저수준으로
94년말 현재 중앙은행의 재할인 이자율이 1.75%,단기자금시장 이자율이
2.27%로서 케인즈의 유동성함정( liquity trap )에 가까운 수준이라
할수 있어 금리인하가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할수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이자율 인하를 통해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할지도 모른다.

결국 현시점에서 그 어떤 조치도 만족스러운 대책이 될수없고 다만
빠른 시간내 각국 정부가 새로운 국제합의를 통해 국제통화제도의
개편을 달성하는 것만이 현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실물경제와 국제통화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볼때 달러화의 추가하락조정 그리고 엔및 마르크화의
역할확대는 3국통화체제라는 방식을 통해 세계경제구조를 통화권별로
블록화시키는 경향을 강화시킬 것이다.

특히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일본의 대미
안보의존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에 있고 또한 최근 달러하락에
따라 현환율로 평가한 93년 일본GDP규모는 미국의 82%에 달하고있다.

경제력 측면에서 일본은 이제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는 일본경제가 "엔"경제권태동을 위한 제반여건을
완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엔경제권" 형성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들은 첫째 94년말 현재 일본의
동아시아(NIES,ASEAN,중국,호주및 뉴질랜드)에 대한 수출비중이
41.7%로 일본이 이들 지역을 하나의 독자적인 경제블록으로 형성할수
있을만큼 시장규모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일본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자본재 비중이 70%를 상회하고
있어 역내 국가간 상호분업구조의 틀 역시 갖추고 있다.

셋째 일본의 역내 국가에 대한 잉여자본공급능력 역시 축적된 대외순자산
규모가 6,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필요한 자본공여에 문제가
없다.

다만 일본이 역내 소비시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이미 알고
있듯이 문화및 관습적 특성에 의해 그러한 역할을 할수없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이 역내중심 시장의 역할을 대신할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가 될수있는 경제적 문제는 크게 없다고 말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