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폴리에스테르직물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Y사장에게 요즘은
"춘래불사춘"이다.

한창 성수기인데도 홍콩거래선이 주문을 해오지 않고있어서다.

중국의 자금시장경색 탓이라지만 막혀도 너무 막혔다.

재고는 늘어만 간다.

벌써 이러니 여름 비수기를 어떻게 넘길까.

종업원들도 지난해 장사가 잘된만큼 올해는 임금인상을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그에겐 더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합리화업종지정만료가 2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와있다.

지난해 대구지역에서만 1백35개 섬유업체가 폐업했다는 기사가 생각나
등꼴이 오싹해진다.

섬유직물류 수출 1백억달러 돌파의 한켠에는 Y사장 같은 "속타는"
사장들이 있다.

합리화지정 만료는 직물업계 전반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합리화지정기간이 끝나면 화섬업체등 대기업의 신규시설투자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위기감의 내용이다.

이제까지는 신규시설투자가 노후시설 폐기비율에 따라 제한됐지만
지정기간이 끝나면 설비과잉을 막을 수 없다는 것.

과잉생산은 불보듯 뻔하고 악성재고가 누적돼 수출에서도 출혈수출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비수기를 걱정하는 화섬직물업체사장들은 현대판 "환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천억원정도의 수출안정기금을 확보해달라는 예기다.

7~10월 비수기엔 주문감소로 대구경북산지에는 매년 7~9억야드의
악성재고가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악성재고가 누적돼 일부 중소수출업체가 덤핑판매등 출혈수출에 나서
바이어도 정상가 수입을 기피한다.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수입도 골치거리다.

직물수입조합을 설립 세부품종별 수입통계 분석자료를 마련해 덤핑제소
등 국내산업보호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업계는 99년6월까지 5년간 "섬유산업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연장한
일본을 예로 들며 정부에 각종 지원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은 지난 2월 "섬유산업육성특별법"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으로부터 변변한 답변은 듣지못했다.

관련 단체와 조합이 계속 건의하고 있는 해묵은 숙제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