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어제 라운드에서 벙커샷이 기막혔다. 그 벙커샷을 붙여 파를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굿샷이었다.

화요일: 그제 16번홀까지 7오버로 왔다. 나머지 두 홀에서 보기-.
보기만 했어도 처음으로 한자리숫자에 진입하는건데..."

주중반이 지나고 이번주 같이 나갈 팀이 짜여지면서 지난주 라운드
이야기는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금요일: 이번주에는 연습장에 갈 시간이 통 없었다. 감이 엉망이다
(연습장에도 가지 않았는데 감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

토요일: 어제 과음을 해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90은 고사하고 100도
못깰지 모르겠다"

구력 십수년의 Y씨가, 골퍼들의 한주일동안 심리적 흐름을 족집게처럼
짚어내고 있다.

주초에는 지난 일요일의 무용담이 화제의 주류를 이루다가 주말이 다가오면
슬슬 꼬리를 내린다는 것으로, 골프에서만 볼수 있는 한 풍속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