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혁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왜 대학교육개혁이 이렇게 지루하게
걸음마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원론에는 모든 사람이 다 동의하지만
"어떻게"라는 각론에 들어가면 항상 벽에 부딪치고 만다.

이렇게 하다 가는 신한국의 창조도,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세계화도
구호에 그칠 것만 같다.

교수 직원 학생 학부모 동문 재단 정부등 모두가 진정 개혁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안정된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기득권의 포기없이 개혁을 한다는 것은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흘려
보내려고 하는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대학은 세상에 유례없는 수많은 중복학과와 유명무실한
연구소를 가지고 세계적인 대학이 되겠다고 한다.

이 문제를 우리 모두가 인식하지만 개편하자고 하면 의견수렴이 용이하지가
않다.

학과를 정리하여 선진국의 대학과 같이 학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게되면
교수들은 지금처럼 안이하게 교수를 할수없다.

그러므로 다른 이유를 붙여 계열화를 지연시키고 반대한다.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 없으므로 여러가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개혁을
단계적으로 해야지 토론만 하고 미루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의 목을 죄고 있는 모든 규제를 하루속히 풀어야 한다.

대학입시에 명실공히 복수지원이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는 대학정원을 과감
하게 풀어야 한다.

정원을 풀지 않고 하는 복수지원이란 대학의 입시행정을 짧은 기간동안에
서울의 교통지옥과 같이 만드는 것이다.

국경없는 세계화와 지방화의 시대가 되면서 정부가 무엇을 규제한다고
하는 것이 교육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없게 되어가고 있다.

특히 대학교육은 규제를 하면 할수록 낙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예이다.

미국도 교육부가 없었을때가 대학교육이 더 잘 되었다고 푸념하면서 다시
교육부를 통폐합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문부성이 일본의 교육을 꼼짝도 못하게 규제하고 있으므로 교육의
경쟁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제일 떨어져 있다고들 한다.

우리의 대학은 일본보다 훨씬 규제를 많이 받고 있으니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어떠한 것인지 가히 짐작할수 있다.

교육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햐야지 투자없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오산이다.

지난 3월20일자 뉴욕타임스는 10년동안에 10억달러를 투자한 뉴욕대학교가
명실상부한 미국의 일류대학이 되었다고 격찬하는 글을 실었다.

뉴욕대학교가 수월성제고로 일류로 재건되었다는 것이다.

평균 1억달러이상을 매년 투자함으로써 세계적인 연구소와 예술학교를
설립하였고 훌륭한 교수들을 프린스턴 하버드 스탠포드 시카고등의 대학에서
모셔왔다고 보도하였다.

우리도 과학한 대학교육투자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뉴욕대학교 처럼 대학 스스로가 먼저 모금활동을 해야한다.

이러한 대학의 노력에 맞추어 정부 산업계 학부모 일반시민들도 대학살리기
운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학생들과 등록금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허송하는 것 보다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일체가 되어 대학이 필요한 투자액을 조달하는 일에 과감하게
참여해야 한다.

대학교육개혁을 지루하게 질질끌지 않으려면 우리는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우선 실천을 앞세워야 한다.

실천없이 계속되는 토론은 이제는 그만하고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학교육을 개혁하려면 하루속히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부는
규제를 깨끗히 풀며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학은 우리가 21세기의 무한경쟁에서 떳떳하게 설수있는 유일무이한
희망이다.

그러나 개혁없이는 대학은 그 사명을 다할수 없다.

개혁은 원론뿐만 아니라 각론까지 서로 양보하여 합이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