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이 서울과 대구에서 주관한 "유학박람회"에 서울에서는 1만여명
이, 대구에서는 수천명의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참석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참관자들의 절대다수가 합법적으로 유학을 갈수있는 고졸자나 대학생이
아니고 중.고교생과 그 학부모들이었다는 것은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
불기 시작한 편법 조기유학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89년 해외유학자유화 조치이후 서울의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일기
시작한 초.중.고교생들의 조기유학현상은 이제 대학진학에 자신이 없는
전국의 여유계층에 일반화 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한심스러운 세태를 보면서 국내고교나 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학력의
소지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외로운 타국살이를 노리는 온갖
유혹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성공적인 유학을 할수있느냐를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들은 과연 자녀를 위한 일이 어떠한 것인지를 심사숙고 해야 하고,
교육당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
대처해야 하며 외국대학들의 유학유치모임이 불법 조기유학을 부추기고
있는데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홍승애 < 서울 양재동 현대빌라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