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런던 도쿄등 세계주요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90엔선을 돌파,
연 6일째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등 달러급락에 따른 통화불안이 세계경제에
큰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엔화및 마르크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세는 일본과 독일의 수출산업을 크게
위축시켜 두나라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또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지역의 일부국가는
수입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일본은 최근의 급격한 엔고추세가 경기회복에 족쇄를 채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의 실질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2.4%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지만 올해에는 내수주도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2.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는 94년도 달러당 1백엔,올해엔 달러당 98엔정도의 환율을 전제
로 한 예상이어서 최근의 급격한 엔고현상은 정부의 경기회복시나리오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경영합리화작업등 자구노력이 한계점에 도달, 더이상 기업
을 경영할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며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경제기획청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10%절상되면 수출은 0.39%포인트 감소하고
실질GDP는 0.5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올해 수출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급격한 엔고추세
에 따라 수출감소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신대지진의 복구수요가 대기하고 있어 경기회복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엔고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업경영악화, 민간설비투자축소로 이어져
경기가 재조정국면에 들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미국 =최근의 달러폭락이 주식및 채권시장에 파급, 달러 주식 채권가격
의 삼중하락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만일 연준리(FRB)가 달러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하면
2.5%정도의 안정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채 침체국면에 접어들어 주식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멕시코등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가속돼 이들 국가의 경제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정부당국자들은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앨런 블라인더 FRB부의장은 6일 최근의 국제통화혼란의 책임은 미국경제
보다는 일본의 경기회복세 지연과 유럽의 실업사태에 있다는 견해를 표명
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노력이 후퇴하면서 달러투매가 가속됐다는 금융시장
당사자들의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 유럽 =독일 통화당국은 인플레억제와 관련, 마르크화 가치상승을 환영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임금인상요구가 강해
물가상승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의 경기회복은 개인소비부진을 수출증대가 보전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이번의 마르크화 폭등으로 수출이 부진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수출물량의 70%정도를 유럽국가에 내보내고 있어 유럽통화에
대한 마르크화강세가 수출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영국도 수출과 설비투자주도로 경기확장국면에 돌입했으며 파운드화가
아직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미수출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수출확대와 관광객유치에 따른 경제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는 수입물가상승과 그에따른 인플레를 촉발,
경제호조세는 장기화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는 그동안 긴축정책으로 12%의 고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프랑화 불안이 예상되고 있어 경제운용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아시아 =아시아 각국은 엔고로 인해 일본으로부터의 생산설비이전이
촉진되고 대일수출이 증대하는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확대는 일본산 부품수입의 증가를 초래하는 부정적 요인도
안고 있다.

특히 이번의 달러폭락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통화가치 상승을 유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의 수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달러화에 대한 싱가포르달러의 가치가 서서히 강세를
보이면서 북미지역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에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엔고는 또 각국의 엔차관 상환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측면도 있다.

특히 중국은 엔차관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재정적자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