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멕시코 환율파동으로 야기된 경제위기 국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사태가 일어난 지난해 12월말부터 금년 2월초까지 아르헨
주식과 채권시장은 공식적으로 1백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기록했으며
중소규모의 시중은행은 상당수가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아르헨 경제당국이 최근 발표한 공식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사태이후
아르헨은각종 주식과 공.사채시세의 폭락으로 총 67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손실내역을 보면 국내 투자가들의 손해가 55억달러를 차지했고 나머지
12억달러는 외국투자가들의몫이었다.

그러나 각종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멕시코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11월말부터 금년 1월말까지 2개월동안 아르헨
주식과 채권시장의 손해액은 1백20억달러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연구소들은 멕시코 환율파동 이전 아르헨 증권시장서 거래되는
총주식가격은 평균 3백53억달러였으나 멕시코 사태이후 이 액수가
2백95억달러선으로 급격히줄어 주식시세 감소면에서만 5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61억달러는 달러와 페소화로 표기된 각종 공채가격의 폭락으로
초래된 것으로 이들 채권의가격은 평균 30%씩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미연방지불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의 장.단기 금리인상으로
투기성 외화자금의 유출이 본격화된 것도 멕시코 사태에 이어 국내
경제불안을 가중시킨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미정부와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등의 긴급
재정지원등에힘입어 멕시코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아르헨의
경제는 계속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규모 은행들은 멕시코 사태의 파급을 우려한 투자가들때문에
신뢰를 잃은나머지 예금인출사태를 맞아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아르헨 전체 금융기관중 3분의1을 차지하는 이들 중소규모 은행은
막대한 투자손실과 투기성 자본의 유출로 인한손해에 이어 예금주들의
인출압력에 부딪혀 예금액의 절반밖에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은행 두 곳은 파산선고를 받고 영업을 중지한 상태다.

파산위기에 처한 은행들은 예금주들에게 예금액의 절반만 찾고
나머지는 포기하거나 처음에는 25%만 받고 6개월뒤에 50%,나머지는
포기할 것등 두 가지 방안을 권유할 정도에 이르렀다.

경제당국은 금융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상실이 이같은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보고 있는데 이는 멕시코 사태와 그에 따른 후유증이
초인플레 시절 은행들의 급작스런 지급동결조치로 예금이나 투자금을
손해본 경험이 있는 고객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중앙은행등 아르헨 경제당국은 따라서 선의의 예금주 보호를 위해
은행간 합병이나 파산시에도 최고 5만달러의 예금을 책임지고 돌려줄
수 있는 기금을 만들 계획까지 내비쳤으나 그렇더라도 한 번 동요된
예금주들의 인출심리를 가라앉히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