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역사와
첨단이 공존하는 보스톤.

웅비의 꿈을 가슴 가득 안은 청년지성들의 요람으로서 세계의 학도들이
가장 선망하는 도시.

챨스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에는 하버드.MIT대학, 그리고 남으로는 보스톤.
노스이스턴대학 등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수십여 개의 특징있는 사립
명문대학들은 이곳을 세계최고의 지정도시로 자리매김한 주역이라 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볼때 이 지역 우리나라 유학생은 수천명에
이르렀으며, 보스톤대학교(Boston University)재학의 동문들만도 3백여명이
넘었다.

당시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재학하면서 가까이 정을 나누던 동문들끼리의
만남이, 10수년이 지나 모국에 돌아온 지금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BU 클럽".

20명의 회원은 삼십대 초반에서 오십대 초반까지로 그 직업도 다양하다.

세대 차이도, 다양한 직업의 이질성도 뛰어넘는 모임의 분위기는 결국
이국땅 융학생활에서의 동고동락 경험이 그 몫을 한 것 같다.

각각의 신상으로부터 시작된 말머리는 보스톤 유학시절의 생활, 시사
현안들에 대한 의견,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다양하게 순서없이
진행된다.

어느 모임이나 그 모임에는 회장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 모임은 20명
모두가 회장이자 회원이다.

오직 회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연락처 등을 관리하는 간사(필자)가
있을 뿐이다.

삼화제지 김연호사장, 재무부 김용민과장, 기아그릅 김충배부장, 상공부
김칠도과장, 안기부 나종성박사, 감사원 노옥섭국장, 대통령비서실 박화수
비서관, 외무부 신부남서기관, 방송광고공사 안보섭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이원덕연구위원, 경제기획원 이종갑과장, 외환은행 이준상부장, 세우상공
이철우사장, 재무부 진동수과장, 애경백화점 채형석사장, 엘지애드 최희용
부장, 종합기술금융 하찬호부장, 삼성생명 홍석원 경남총국장, 그리고
외대경영학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최득주선생 등이 우리 모임의 멤버들
이다.

지난 해 태릉사격장에서 가족동반으로 클레이사격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가족을 동반한 여러가지 친목행사를 통해 메마른 현대생활 속에서
마치 고향 옛친구들의 모임처럼 훈훈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임으로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특별히 마련된 회의 목적이나 사업이 없는 것 또한 우리 모임의 특징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자연스럽고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적 교감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다.

마치 수다스런 아파트아줌마들의 모임처럼, 눈에 보이는 아무런 성과가
없어도 우리는 남남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 잔의 맥주잔에 유학시절의 추억을 담아 마시면서.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