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기적은 끝인가?’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다. 국가 주도, 대기업 위주 발전 모델의 한계를 지적한다. 뼈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 만만치 않은 숙제투성이다.여기에 이웃 나라 중국의 부상이 더해진다. 2016년 베이징, 중국 공업경제연구소 소장이 “반도체 외에 한국과 협력할 부문은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 중국은 ‘제조 2025’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할 때였다. 명색이 주재국 상무관인데 좀 과하다 싶었지만 이젠 엄연한 현실이다. 2000년대 초 우리 시장경제에 대한 중국 관료들의 학습 열기는 뜨거웠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소차와 연료전지 기술에 ‘엄지척’을 할 때는 슬며시 우쭐하기도 했다.그러나 잔치도 잠깐, 작년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수교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3년간 6873억달러 흑자를 볼 만큼 일방적인 관계였기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애써 부인해 왔지만, 우리가 만든 중간재를 중국이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수출하는 분업 구조는 이미 깨졌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태양광, 2차전지 등 친환경 산업과 인공지능(AI), 우주항공의 첨단 분야를 종횡하는 중국의 약진은 경이롭다. 초일류에서 범용까지, 소비재와 유통을 결합한 테무와 알리의 기세는 가히 감당키 어려울 정도다.사드 사태 후, 중국 탓 유행 혹은 습관이 번졌다. 반덤핑 조치, 통관 제한 등에 목청을 높였고, 시장 점유율 하락은 애국 소비의 결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들의 발전은 외면하고, 준법 경영과 제도 정비를 위한 나름의 노력은 폄하했다.기존 전략만 고수하는 사이, 기적을 이룬 한강의 거센 물결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
2006년 2월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반발에 부딪힌 분야는 영화와 농산물이었다. 각각 문화주권과 식량주권을 앞세운 영화인과 농민은 ‘영화와 쌀의 연대’를 선언하며 극렬 저지 투쟁을 벌였다. 결국 스크린쿼터가 대폭 축소되고 국내 주요 농산물은 예외품목으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곧 망한다던 영화산업은 지금 국경을 넘어 한류의 선봉에 선 반면 농업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농업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농가 보호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농업 지원 규모를 나타내는 ‘총 농업지원 추정치(TSE)’를 보면 한국은 1.6%로 OECD 평균인 0.6%의 3배에 가깝고, 주요 개발도상국을 포함해도 필리핀(2.3%), 중국(2%)에 이어 3위다. 농업 생산물의 시장가치 중 보조금, 관세 보호 등 정부 지원 몫을 반영하는 ‘농업생산자 지원 추정치(PSE)’는 46%로 OECD 평균(15%)의 3배가 넘는다. 그만큼 농업이 세금 지원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농업직불금을 비롯한 농업 지원 사업은 재정 보조금 206개, 조세 감면·면제 43개 등 249개에 이른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연 16조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료 등 숨은 지원까지 합하면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이 같은 과보호가 농업을 혁신 대신 관행에, 해외 대신 국내 시장에 고착시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품 개발은 물론 생산·가공 기술과 물류·저장 인프라까지 다방면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주원인이다. 비관세 장벽에만 기댄 탓에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
영부인 외교는 전선에서 시작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가 1942년 히틀러에 맞서 고군분투하던 영국을 단독 방문하면서다. 엘리너는 미군 지프를 타고 곳곳을 살피며 영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도 2022년 5월 동유럽을 돌던 중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지역을 찾았다. 그곳에서 우크라이나 영부인을 만나 “잔인한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논란이 된 영부인 외교도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30대 초반이던 1962년 인도 친선 방문 9일간 22벌의 옷을 갈아입어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란 혹평을 들었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홀로 찍은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요즘 전직 대통령 부인의 6년 전 행보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재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2018년 3박4일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하면서다. 곧바로 여권에선 “단독 외교가 아니라 단독 외유”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도 정부가 김 여사를 먼저 초청했는지, 아니면 문 정부가 김 여사 초청을 인도에 요청했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간다. 논란의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도 소환된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격하고 여당은 “특검한다면 김정숙 여사부터 하자”고 날을 세운다.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린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영부인을 뽑은 건 아니다. 하지만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국민의 이목을 끈다. 잘하면 관심과 찬사를 받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