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증권이 지난8월 실시한 올해 대졸신입사원채용때 무척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한일그룹계열사로 국내32개 증권사중 중하위권에 속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회사가 올해 채용규모를 예년보다 크게 늘렸다는 것과 의외로 높은
경쟁속에서 CPA(공인회계사)를 비롯한 고급인력들이 상당히 많이 몰렸다는
점이다.

이회사는 지난해까지 간간이 한두명씩 새식구를 받아들이다가 올들어
증시가 호황에 진입하면서 지점도 늘어나자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각각
20명정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채용계획이 알려지자 신입사원용 1천장, 인턴사원용 7백장의 원서가
나갔으며 이중 8백장과 5백장이 각각 접수됐다.

실제 채용인원은 신입사원 19명, 인턴사원 17명으로 경쟁률이 42대1과
29대1을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대졸신입사원을 채용한 한진투자.서울.상업증권은
물론 최근 입사원서를 마감한 한일증권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채용규모 증가속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였을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고급인력이 많이 응시한 것이다.

물론 증권사가 CPA MBA(경영학석사)등을 우대하고 있어 보통 이들이
증권사에 많이 몰리지만 이같은 추세가 올들어 유난히 두드러졌다는게
인사담당자들의 평이다.

주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인력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학졸업자들의
증권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때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던 증권사의 명성과 "최고신랑감"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증권맨의 영광이 재현되는 느낌마저 든다는 것이다.

국내 32개 증권사가 올해 하반기에 뽑을 예정인 대졸신입사원(인턴사원
포함)은 1천명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채용했던 7백78명보다 35%가량 많은 수준이다.

상반기에 채용한 7백74명을 합칠 경우 올해 전체 신규채용규모는 1천
8백명선으로 지난해의 1천3백명에 비해 40%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과거 주식시장의 대세하락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5년반만에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설 정도로 주가가
상승흐름을 타면서 상장기업이 늘고 거래가 활발해져 일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올들어 지난9일까지 1백92조원어치의 주식이 거래돼 지난해 전체거래대금
(1백69조원)을 훨씬 웃돌았다.

거래량도 이미 지난해 전체실적과 엇비슷한 수준이며 하루평균거래량도
3만6천1백56주로 지난해(3만5천1백30주)보다 3%정도 많다.

기업공개등을 통해 새로 상장된 회사도 작년에는 8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6개사(11월공개예정기업 포함)에 이르고 유상증자로 새로 상장된 주식도
3억5천만주로 지난해보다 89%나 많다.

이에따라 상장주식수가 지난해말 57억6천만주에서 67억5천만주로 늘었다.

주식시장의 호황에 따라 증권사들이 대규모 점포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채용규모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무려 80개의 점포증설을 허용받았다.

기존점포(지난3월말현재 7백37개)의 10%를 넘는 대규모의 점포가 한꺼번에
늘어나게 됐다.

다른 증권사에서 스카우트해 오는데는 한계가 있어 대규모의 신규채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증권사들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계획에서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우대대상
으로 "해외수학자"를 많이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우대해오던 CPA나 MBA가 아닌 해외수학자를 부국 대유 한일
동양증권등이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교보는 선물자격증소지자도 포함시켰다.

증권사들이 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물론 대학졸업자도
우대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국내 증권시장 개방과 해외투자자유화 확대에
따른 국제화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증권관계기관들도 채용규모를 작년보다 늘려잡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지난해 13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20~30명쯤으로 잡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이번 공채와는 별도로 공인회계사를 연중내내 채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도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15명)보다는 많이 뽑을
계획이다.

거래소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21~25일 원서를 접수받는다.

증권업협회는 상반기 8명에 이어 하반기에는 12명쯤 채용할 계획이어서
작년(11명)의 2배수준으로 늘렸다.

증권금융은 지난8월 14명을 채용했으며 증권예탁원도 일감이 늘어나
지난해(30명) 수준을 웃도는 규모로 뽑을 계획이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