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호 <큐택대표> ####

자동차 전자제품을 비롯 우리의 수출제품에 불량품이 많다는 인식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퍼져있어 수출신장에 제일 큰 장애요인으로 대두되고있다.

ISO 9000규격은 바로 이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덜조직적이고 규칙을 잘지키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민족을 위해 만들어지기나 한것처럼 우리의 정곡을 찌르고 있기도
하다.

공장에서 작업표준에 무관심한 근로자,사무실에서 업무절차를 외면하는
사원,이 모든 현상들이 성수대교와 같은 불량건축물의 주범일 뿐 아니라
고도의 정밀성과 정확성을 요하는 제품을 요구하는 세계시장에 우리기업
들이 불량품을 쏟아넣도록 만드는 주원인이다.

ISO9000을 잘 정착시킬수만 있다면 이러한 아킬레스건이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우리나라는 ISO 9000에서도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생산실적을 유지하면서 수출을 지속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공정의 합리화,
생산성 증가및 ISO 9000등 개선업무에도 게을리 할수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지 않으며 ISO 9000만해도 직원들의 의식구조를
살펴보면 비관은 깊어만간다.

-ISO 9000업무는 추진담당부서의 일이지 우리부서가 앞장서서 할일이
아니다. (무사안일 주체의식부족)

-업무가 바빠 죽을 지경인데 ISO할 시간이 어디있어. (ISO업무야 말로
지금까지 게을리 해왔던 부서본연의 업무임을 인식하지 못함)

-ISO업무는 부서표준화담당자가 하는 것이지 나와는 관계없다. (부서장
관심 부족에 따른 부서 업무의 ISO업무와의 분리)

-ISO추진팀에서 하라는 대로 적당히 따라가 주면 되지 뭐. (취지및 방침
이해 부족)

-규정의 내용이 무척 어렵고 현실에 안맞는 부분도 있다. 이것을 핑계로
ISO실무추진팀을 공격하면 크게 우리를 괴롭히지는 못하겠지. (물귀신
작전)

이래서 ISO 9000은 또하나의 전시적 효과 위주의 행사로 우리를 스쳐가고
있다.

신문지상에 화려하게 장식하는 ISO인증서 취득 광고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한다.

겉만 화려한 성수대교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인증서,우리는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가.

짧은 공기에 저렴한 공사비로 남들이 깜짝놀랄만한 건설공사를 수없이
해치울 수는 있어도 좀더 긴기간에 좀더 나은 경비를 들여 ISO 9000인증서
취득업무를 제대로 추진할 수는 없는 우리인 모양이다.

해결책은 있다.

외국인들이 가끔 이야기하듯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재주가 우리에게
있다면 ISO 9000정도는 큰문제가 될 것도 없다.

단지 최고경영자가 확실한 이해에 바탕한 관심과 집념을 가지고 임해
준다면 말이다.

최고경영자도 직접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의지를
읽게 되고 팔은 걷어붙일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ISO 9000의 내용을 해박하게 이해하며 강의하는
최고경영자를 가질 수 있을까.

직접 행동하고 뛰어들기 보다는 모든것에 도통했다는 듯 관조하는, 너무
일찍 철학자 도사가 된 경영자가 많은것 같다.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쟁회사 보다 2개월 짧은 기간에
취득하라"고 부실을 강요하는 일만이라도 없었으면 한다.

빨리 취득하라고 재촉할 것이 아니라 2년여 정도의 합리적 일정을 세우고
내실위주로 착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국제화시대의 진정한 필승작전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