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사다카네 일본증권업협회장과 사카마키 히데오 노무라증권사장을
비롯한 4개대형증권사사장들은 최근 다케무라 마사요시대장상을 만나
정부가 증권시장활성화책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침체된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의 철폐및 주식거래와 관련한
각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증권업협회장과 대형4사사장들이 한꺼번에 시장활성화책을 건의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증권계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동경증시는 최근들어 악화일로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
거래가 크게 감소하면서 증권사들의 수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본래기능이라 할 수있는 기업들의 자금조달활동도 말이
아니다.

동경증시의 부진은 1만9천엔대를 맴돌고 있는 일경평균주가의 최근
상황에서 상징된다.

4만3천엔대를 나타냈던 89년 최고치에 비해서는 절반선에도 훨씬
미달하는 것이다.

주가가 낮다는 것은 증시에 그만큼 활력이 없고 거래도 부진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올들어 동경증권시장의 주식거래대금은 하루평균 3천5백억엔선에
머무르고 있다.

하루평균거래대금이 1조엔을 상회했던 80년대말 버블시기에 비해서는
3분의 1선에 불과하다. 더구나 8월이후는 2천억엔대로까지 떨어지는 등
갈수록 거래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다.

증자나 신규공개등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도 부진하기 그지없다.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지난89년 8조5천억엔에 달했으나 90년 3조4천억
엔으로 줄어든데 이어 91년부터는 연1조엔에도 훨씬 미달하고 있다.

증시에 상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상장기업으로서의 메리트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장종목의 싯가총액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동경증시의 싯가총액은 3백70조~3백80조엔선을 오르내린다. 6백
11조엔에 달했던 89년말의 6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에 비해 상장종목이 80개나 늘었고 그중에는 공기업민영화에 따른
대형업체들의 상장도 포함돼 있지만 대폭적인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은 손실을 입었고 기관투자가들도
속으로 곪아들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어려움은 최근 발표된 25개상장증권회사들의 중간결산
실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있다.

일반기업의 매상고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25개사합계로 8천3백91억엔에
그쳐 전년대비 16% 줄었다.

경상손익역시 전년동기의 6백36억엔 흑자에서 4백60억엔의 적자로
바뀌었다.

경상흑자를 기록한 곳은 대형사인 노무라와 다이와 닛코증권및 중형사인
고세등 4사에 그쳤다. 반면 야마이치증권이 적자로 전락하는등 21개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흑자를 기록한 회사들도 이익규모는 모두 줄었다.

주식매매의 위축으로 수수료수입이 감소한데다 은행계증권자회사들의
참여로 인수부문의 경쟁격화도 겹쳤다.

주식위탁수수료에의 의존도가 높은 중형사들은 증시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산요증권이 1백35억엔의 경상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 대부분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종업원삭감등 합리화대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증시불황의 여파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장환경이 호전되지 않는한 95년3월기의 연간결산에서도 대부분회사
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하반기의 하루평균거래대금을 4천억엔대로 예상,연간으로는
경상이익이 플러스를 나타낼 수있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을 해왔다.

그러나 10월의 경우도 하루거래대금은 2천5백억엔정도의 저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개인투자가가 주식시장을 이탈하고 있고 기업실적마저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침체는 상당기간 더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

[도쿄=이봉후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