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던 미국의 흥행업체 MCA가 경영권 분규에
휘말리고 있다.

MCA의 소유주인 일본 마쓰시타와 경영진간의 불화가 심각,어느 한쪽이
손을 떼야 회사가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MCA가 소유주와 경영진간에 불화를 빚고있는 것은 이미 4년전에 마쓰시타
가 이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의사결정의 합의체 운영을 중시하고 기업경영의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
하는 마쓰시타가 극히 단기적인 흥행위주의 할리우드문화에 적응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마쓰시타의 장기적인 경영전략에 있어 MCA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

MCA의 방대한 영화및 음악자료 없이는 멀티미디어시대에서 한갓 수익성
없는 하드웨어제조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마쓰시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루 와저먼 MCA회장과 시드니 쉐인버그사장이 마쓰시타의 지분을 자신들
에게 팔라고 요구했을때 마쓰시타가 이를 거절한 것도 이같은 장기경영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와저먼회장과 쉐인버그사장은 할리우드에서 22년간 함께 일해온 베테랑들.

그들은 미국을 휩쓸고 있는 방송 케이블TV 통신업체 흥행업체들간의
인수합병 열기속에서 마쓰시타가 MCA에 과감한 자금투자를 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미기업들의 인수합병 열기를 보는 일본의 시선은 달랐다.

특히 마쓰시타와 같은 보수적인 기업은 과연 멀티미디어혁명이 돈벌이를
가져다줄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같은 마쓰시타와 경영진간의 의견차이는 최근 MCA가 NBC방송의
주식 49%를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 마쓰시타가 반대하면서 표면화됐다.

마쓰시타의 고민은 현재의 경영진이 떠날 경우 MCA에 흥행수입을
안겨줬던 기펜 레코드창설자 데이비드 기펜과 영화감독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함께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스필버그는 쉐인버그사장과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것.

할리우드 흥행업계는 마쓰시타가 경영진과의 불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MCA를 과연 정상화시킬수 있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0일자).